유럽 대형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평가)'를 통과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개별 은행들의 자본확충 필요액을 명시하지 않은 데다 강제 이행 조치도 없어 '반쪽짜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22개 유럽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모든 은행들의 자본 구조가 탄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유럽 금융권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식 재무장관 회의에서 발표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EU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에도 유럽 금융권의 기본 자기자본비율(Tier1)은 6%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권고한 기본 자기자본비율 하한선은 4%다.

조사를 맡은 유럽금융감독위원회(CEBS)는 EU 성장률이 올해 -5.4%,내년 -2.7%에 이를 경우를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유럽 22개 은행의 올해와 내년 잠재 손실 규모는 40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엄격한 조건하에 실시된 재무 건전성 테스트에서 EU 역내 금융권의 자본 구조가 안심할 만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별 은행의 자본확충 필요액을 명시한 뒤 이행을 강제한 미국과 달리 유럽의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는 EU 역내 은행들의 자본건전성과 회복력,취약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재무건전성 강화 조치를 EU 회원국 정부의 재량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자본확충 기회를 놓쳤다"며 "은행은 단지 손실을 흡수할 만큼이 아니라 완전한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WSJ는 또 "최근 유니크레디트(이탈리아) 인테사 산파올로(이탈리아) BNP파리바(프랑스) 등 유럽 은행들의 잇따른 증자도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구제금융을 갚아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라며 "유럽 금융감독당국은 개별 은행에 자본확충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19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미국은 부실이 우려되는 10개 은행에 총 75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하도록 요구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