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4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전용기편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서 원 총리를 직접 영접하는 등 파격적 예우를 갖췄다. 중국 봉황TV는 "김 위원장이 승용차에서 내려 원 총리가 탄 전용기 트랩까지 약 5분간 수행원들과 얘기를 나누며 걸어갔다"며 "김 위원장이 과거보다 수척해졌지만 발걸음은 비교적 가볍고 정신도 매우 맑았다"고 보도했다.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뒤 김 위원장이 외신 앞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김 국방위원장이 원 총리를 공항에서 영접한 것은 파격적이며,회담 결과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원 총리는 평양 도착 직후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대한 공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2박3일간의 방북기간 동안 북 · 중 수교 60주년 행사에 참가하고 김 국방위원장과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원 총리의 방북엔 양제츠 외교부장,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천더밍 상무부장,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 이번 방북은 김영일 북한 총리의 지난 3월 방중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중국 총리로선 18년 만이다. 중국 정상급 인사로는 2005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다.

김 총리는 이날 원 총리와 만수대 의사당에서 가진 회담에서 "핵 문제 논의를 위한 양자 · 다자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인식이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원 총리는 김일성기념관을 방문한 뒤 양국 간 경제 · 교육 · 무역 · 여행에 관한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저녁에는 북한에서 개작한 중국의 가극 '홍루몽'을 관람했다. 5일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공식회담을 갖고 저녁 만찬도 함께한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6자회담 진전에 대한 확약을 받지 않았다면 원 총리의 방북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란 낙관론과 △북한 고위관계자가 지난달 말 방북했던 미국 전문가 그룹에 6자 회담이 "완전히 끝났다"고 밝힌 데 근거한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을 베이징에 파견해 중국 측과 북핵 문제 등을 협의한 미국은 원 총리의 방북 결과와 오는 10일 베이징에서 열릴 한 · 중 · 일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북한과 대화채널을 가동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