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범죄는 보고된 것만 따지더라도 매년 2000건 전후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도 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전자 추적 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재범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장 취약한 7~12세의 여아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안양 초등학생 유괴 피살사건을 비롯해 작년에는 8세 여아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범죄자에 대한 양형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범죄의 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자에게 범죄의 사회적 비용을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범죄자가 예상하는 비용은 처벌형량에 체포확률을 곱한 것이다. 따라서 범죄의 사회적 비용이 클수록,그리고 검거확률이 낮을수록 처벌수준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성범죄의 경우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 특히 성인들의 합의로 이뤄지는 성범죄는 사회적 비용도 크지 않아 처벌 효과도 미미하다. 따라서 이들을 처벌하는데 비용을 들이기보다 물리적 강제력을 이용한 성범죄의 처벌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피해가 큰 데 비해 처벌이 쉽지 않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만이 아니라 행동발달 장애,정서 장애 및 불안,사회 부적응 등이 평생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아동은 범죄자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고 범죄자와 정서적 유대관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자의 처벌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피해가 크고,처벌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처벌형량을 높이는 게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12세 미만에 대한 성폭행이 2회 이상일 경우 사형선고가 가능하다. 미 연방대법원도 성인의 경우 사형판결은 위헌이지만,아동에 대해서는 위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나아가 재범을 줄이기 위해 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택하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처벌수준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이미 저질러진 사건의 범죄자를 아무리 강력하게 처벌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도적 범죄의 경우 체포로 중형이 예상되면 체포를 면하기 위해 범죄대상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하려면 사회의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법무부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에 대처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법집행 기관을 비롯해 의료기관,심리학자,학교 및 아동복지 담당자 등 관련기관의 체계적인 조정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각자의 역할과 관련 규정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훈련을 거쳐야 아동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 성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범죄의 예방노력을 비롯해 범죄발생 신고부터 사법처리과정에 이르기까지 관련기관의 체계적인 역할 조정과 협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피해아동에 대한 수사과정에서의 세심한 배려와 사후관리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가정을 파괴하고 인격을 황폐화시키는 이러한 범죄를 줄이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일부 집단은 범법자의 인권을 우선시해 법의 존엄성이 훼손되기도 했다. 평화롭고 건강한 가정이야말로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시금석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정치적인 거대담론보다 개인의 재산과 생명,그리고 자유를 지키고 보호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정기화 < 전남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