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장기 성장 전략으로 인수 · 합병(M&A)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필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일부 투자은행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4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자 규모는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증자 규모와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이르면 오는 23일 열리는 이사회에 유상증자 안건을 올려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이 유상증자를 검토하는 것은 외환은행 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사를 M&A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1년 안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정부는 우리금융의 소액 지분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M&A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하나은행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증시 여건이 좋을 때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자는 것도 유상증자 배경으로 꼽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만245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0월1일 현재 4만950원으로 회복되는 등 증시 여건이 호전돼 증자 추진에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됐다"며 "증자가 자본 확충을 위한 최적의 수단이라는 점도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물론 기본자본(Tier1) 비율도 함께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BIS 비율은 12.06%,기본자본 비율은 8.12%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