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의 탈세 조사 강화와 재정난으로 '조세피난처'들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대표적 조세피난처로 세금이 없었던 케이맨군도(영국령)가 재정난에 직면해 과세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케이맨군도는 정부 수입 감소와 지출 급증으로 재정위기에 처하자 최근 영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6000만달러의 구제금융 차관을 얻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케이맨 정부가 필요로 하는 총 2억8400만달러 가운데 나머지는 케이맨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고 현지 기업과 5만7000명의 주민들에게 직접 과세하는 방안을 도입해야만 차관을 허용할 것이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케이맨군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소득세나 법인세 자본이득세 부동산세 등을 부과한 적이 없다. 덕분에 9253여개의 헤지펀드와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케이맨에선 정부에 연 3000달러의 수수료만 내면 법인 등록이 가능하다. 글로벌 금융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당시엔 이들 금융사로부터의 수수료 수입과 관광수입이 케이맨 정부 수입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수수료와 관광수입이 급감했고 지난 6월 말 끝난 회계연도엔 1억달러의 재정적자를 냈다. 연간 예산이 8억달러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폭이다. 케이맨군도를 관할하고 해외 차관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국은 차관 허가 조건으로 과세제도 도입을 요구해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