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이어지는 속에서도 주식 투자 비중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에 들어 있는 주식을 팔지 않고 예금과 채권 등을 매각해 환매 자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주식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92.69%로 8월 말(93.25%)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한 3월 이후 평균치(92.27%)를 웃돌고 있다.

이는 예금 비중이 0.69%로 5월보다 3%포인트 이상 급감하고 채권 비중도 0.03%로 3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지난 한 달 사이에 2조3900억원이 순유출된 것을 포함해 지난 6개월간 6조3700억원이 빠져 나간 점을 감안하면 주식이 아닌 예금과 채권 등 유동성 자산을 정리해 환매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요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상승장에서도 10% 정도의 주가 조정은 늘 있을 수 있다"며 "상승 추세 자체가 꺾인 것이 아니어서 펀드 내 종목만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를 이끌어 왔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데다 일부 종목은 실적 대비 주가(밸류에이션)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어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 관련주 등으로 교체매매하면서 주식 비중을 여전히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도 "지금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지나치게 반영된 것이 해소되는 국면"이라며 "증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꿀 상황은 아니어서 주식 비중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매에 대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도 "상승장에서도 10~20% 조정은 늘 있어 왔다"며 "일부 조정을 받은 우량 정보기술(IT)주는 이미 20% 정도 하락해 다시 매수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연기금도 7월 말 이후 2개월여 만에 3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편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는 지난주 초 이틀간 자금이 순유입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엔 순유출액이 656억원에 그치는 등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환매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