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만 가르치다 제품 하나를 팔아보겠다며 뛰어다니는 제 자신을 보면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인 인맥정보관리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

회사 경영 7년 만에 인맥관리 솔루션 분야 국내 1위의 국가대표 기업으로 키운 억척 여성 기업인인 송은숙 한국인식기술 대표(45)의 다짐이다.

한국인식기술은 개인과 직원들의 다양한 인맥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업용 솔루션 'HRMS'를 정부 금융회사 기업체 단체 등 모두 200곳 넘게 공급했다. 단순히 명함에 기재된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등을 자동으로 분류 저장하는 개인용 '하이네임(HiName)'과 '서프(Sucess Friend)'도 모두 12만세트를 팔았다.

이 같은 고속 성장의 뒤안길에는 남다른 송 대표의 열정이 있었다. 대전에 본사를 둔 송 대표는 오전 7시 기차를 타고 거의 매일 서울로 올라와 영업현장을 찾아다닌다. 벌써 7년째다. 여름에는 얼굴에 흐른 땀을 닦고 하루에도 수차례 화장을 고친다. 1년에 뒷굽이 닳아 바꾼 구두만도 평균 5,6켤레에 이른다. 송 대표는 "고객과 약속이 잡히는 날이면 가정 대소사도 내팽개친 채 현장을 챙겼다"며 "지금도 사자에게 쫓기는 사슴처럼 매일매일이 사투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송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2년 9월.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계기가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으로 1993년 창업해 국내 첫 다국어 인식 프로그램인 '글눈'을 개발한 남편 이인동 박사의 죽음은 송 대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반대하던 친정부모님을 설득,18년간 잡아온 교편(청주교대 졸업)을 놓고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때부터 송 대표의 가시밭길은 시작됐다. 송 대표는 "과로로 쓰러져 가며 회사를 일궈온 아빠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세 딸에게 알려주고 싶어 남편의 뒤를 따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출근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남편과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주위에서는 곧 망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투자자금을 돌려달라는 주주들의 등쌀도 견뎌내야 했다. 장부를 볼 줄 몰라 직원한테 일일이 배우고 퇴근 후에는 관련 서적을 독학했다. "처음에는 수시로 펑펑 울고 먼저 떠난 남편을 숱하게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던 남편의 열정 때문에 결코 포기할수 없었어요. "

기술에 관해선 문외한이었던 송 대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덕단지 연구소를 찾아다니는 적극성과 직원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1년 뒤인 2003년 말 스캐너로 명함을 읽어 주소 전화번호 이름 등을 자동으로 인식 · 분류하는 '하이네임'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듬해엔 90%에 불과했던 하이네임의 글자인식률을 97%까지 높인 '서프'를 출시한 데 이어 2005년 말 사용자 2000~3000명의 인맥정보를 통합관리를 할 수 있는 기업용 솔루션 'HRMS'를 내놓으면서 이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

특히 최근 출시한 사용자 20~30명의 중소기업용 솔루션 '마이지인(my-jiin)'에 대한 컨설팅 요청이 들어온 곳도 벌써 100군데가 넘는다. 송 대표는 "올해 매출 예상액은 20억원이지만 내년에는 수주실적을 감안하면 50억원 달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요즘 인맥정보관리 전도사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주제로 매월 5회 이상 대학과 기업에서 강의한다. 그는 "엄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어야 할 세 딸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하다"며 "임종을 앞둔 남편에게 '세계 최고의 인맥정보 관리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마지막 약속한 것을 꼭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