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제2 도약의 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36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험하고 손이 많이 가는 철강제품 포장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

장병기 삼정피앤에이 대표(사진)는 포장용 로봇결속기 '포스코 스트랩마스터(POSCO StrapMaster)'로 국내 시장의 철강제품 포장업체 수준을 넘어 글로벌 철강포장 전문업체로 부상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해 최근 상용화한 로봇결속기는 기존 설비의 세 가지 공정을 하나로 통합,22m인 기존 포장라인을 7m로 줄였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포장기기보다 설치비가 35%가량 저렴하다. 장 대표는 "포스코가 개발 소식을 접하자마자 성능 테스트를 거친 뒤 도입하기로 계약했다"며 "포스코가 타사 제품에 'POSCO' 브랜드 사용을 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로봇결속기에 대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특허를 출원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다국적 엔지니어링 기업 ABB와의 로봇결속기 판매 협약 체결로 전 세계 45개국에 있는 ABB의 100여개 영업점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포장박람회에 출품해 중국 철강기업인 조한그룹에도 포장로봇 공급 계약을 맺었다. 장 대표는 "철강 포장설비 분야 해외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에 이르지만 그동안 해외 업체들이 시장 전체를 점유해왔다"며 "하지만 2~3년 내에 해외 시장의 50% 이상을 우리 제품이 장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3737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정피앤에이는 포장로봇을 기반으로 철강제품의 포장 전 공정 자동화에 나서 2012년까지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글로벌 철강포장 전문업체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이다.

창사 후 줄곧 포스코 등에서 생산된 철강제품 포장을 도맡아온 이 회사가 포장로봇을 개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기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최소 3~4년 후를 바라보는 큰 안목으로 회사를 이끌겠다"는 장 대표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장 대표는 업계 최초로 근무 제도를 '4조2교대'로 바꿨다. 그동안 철강포장 업종의 근무 형태는 일 자체가 까다롭고 위험한 3D 업종으로 '3조3교대' 방식이었다. 휴식없이 3교대로 반복 업무를 하다 보니 작업자는 피로 누적으로 업무교육 및 기술개발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었다. 이런 문제를 인력 감축 없는 4조2교대로 해결한 것이다.

2007년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4조2교대는 회사의 분위기를 달라지게 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근로자들의 연간 휴일 수가 190일로 늘어나 자기계발 기회가 많아졌다. 충분한 휴식과 교육은 생산성(17.7%)을 향상시켰고 현장업무 개선도 활성화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장 대표는 "근무 방식 변경 이후 직원들이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기술교육을 받고 연구개발에 전념한 결과 포장로봇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사협력으로 올해 노동부에서 '노사 한누리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항구적인 평화선언'을 채택,2010년까지 임금교섭에 관한 사항을 회사에 일임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수출하는 제품가격을 단 한푼도 깎아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철강회사의 할인 요구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칼에 잘랐다. 장 대표는 "계약하는 데만 급급해 명품설비 납품가를 할인해주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며 "임직원들의 땀으로 맺은 결실을 싸게 팔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철강포장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