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전임자 임금 금지'부터 시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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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 날이 선선해지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니 마음까지 시원하고 맑아지는 것 같다. 세상살이도 청명한 가을 같으면 좋으련만 올 가을 우리 노사관계는 여러 해 묵은 숙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까닭에 일기가 그렇게 청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것과 사업 내에 복수의 노조를 허용하는 것은 13년 전에 노사합의를 거쳐 법은 만들어졌으나 시행은 계속 연기돼 왔다. 1997년 3월 최초 입법됐으나 시행은 5년 뒤인 2002년부터 하기로 미뤄졌고,2002년이 되자 다시 2007년으로,2007년이 다가오자 다시 2010년으로 미뤄 오늘에 이르렀다. 시행을 연기한 이유는 세 번 모두 '준비기간이 필요해서'였다.
법이 만들어진 이래 무려 13년씩이나 시행이 미뤄지다 보니 이제 관심은 이번에는 시행되느냐의 여부에 쏠려 있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은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주장이다. 반면에 또 미룰 수 있다는 쪽은 준비없는 시행이 가져올 혼란의 파장이 매우 크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지만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해서 13년씩이나 미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준비가 안 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제는 논의의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됐다. 그러나 마무리를 짓는다고 해서 무조건 시행하고 보자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법 시행이 혼란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현실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신중론은 준비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은 그에 따른 노사관계 시스템의 전면적 정비를 필요로 하므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커다란 시스템 정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이제까지 같이 묶여 논의돼 그렇지 실은 성격이 매우 다른 사안이다. 그러므로 이슈를 구분해 방안을 만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예컨대 그동안 먹여 살리던 사람을 자립시키는 일과 같다. 자립해야 할 사람은 준비부족을 내세우지만 실은 의지부족이 보다 큰 이유다. 그렇다면 자립하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지원하는 쪽으로 방도를 세우면 된다.
반면 복수노조 허용은 여러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새로 집을 짓는 일과 같다. 새로 집을 짓는 일은 해야 할 게 많다. 어떻게 집을 지을지 설계부터 해야 하고,설계에 맞게 실제로 집을 지어야 하며,지어진 집이 하자가 없는지 검사도 해야 한다. 따라서 시한엄수보다 충실한 준비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따른 보완방안으로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위원 안은 이른바 타임오프제라 하여 특정한 성격의 일을 노조 업무 종사자가 하는 경우 유급 근무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특정한 성격의 일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고 유급으로 인정하는 시간의 상한도 없다. 이처럼 상한도 없고 범위도 모호한 유급근무 인정은 마치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계속 숙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아 자립을 오히려 해칠 것이다.
노조자립이라는 법 취지를 달성하면서 무리없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기업은 이미 상당한 정도의 자립기반을 갖추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 재정자립이 어렵다. 따라서 500인 이상의 대기업과 공기업,금융기업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법을 시행하고,2013년에는 300인 이상으로 확대,2016년에는 100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순차적 시행이 바람직하다. 기업규모에 따른 순차시행은 이미 여러 입법에서 적용돼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기도 하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것과 사업 내에 복수의 노조를 허용하는 것은 13년 전에 노사합의를 거쳐 법은 만들어졌으나 시행은 계속 연기돼 왔다. 1997년 3월 최초 입법됐으나 시행은 5년 뒤인 2002년부터 하기로 미뤄졌고,2002년이 되자 다시 2007년으로,2007년이 다가오자 다시 2010년으로 미뤄 오늘에 이르렀다. 시행을 연기한 이유는 세 번 모두 '준비기간이 필요해서'였다.
법이 만들어진 이래 무려 13년씩이나 시행이 미뤄지다 보니 이제 관심은 이번에는 시행되느냐의 여부에 쏠려 있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은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주장이다. 반면에 또 미룰 수 있다는 쪽은 준비없는 시행이 가져올 혼란의 파장이 매우 크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지만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해서 13년씩이나 미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준비가 안 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제는 논의의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됐다. 그러나 마무리를 짓는다고 해서 무조건 시행하고 보자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법 시행이 혼란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현실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신중론은 준비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은 그에 따른 노사관계 시스템의 전면적 정비를 필요로 하므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커다란 시스템 정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이제까지 같이 묶여 논의돼 그렇지 실은 성격이 매우 다른 사안이다. 그러므로 이슈를 구분해 방안을 만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예컨대 그동안 먹여 살리던 사람을 자립시키는 일과 같다. 자립해야 할 사람은 준비부족을 내세우지만 실은 의지부족이 보다 큰 이유다. 그렇다면 자립하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지원하는 쪽으로 방도를 세우면 된다.
반면 복수노조 허용은 여러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새로 집을 짓는 일과 같다. 새로 집을 짓는 일은 해야 할 게 많다. 어떻게 집을 지을지 설계부터 해야 하고,설계에 맞게 실제로 집을 지어야 하며,지어진 집이 하자가 없는지 검사도 해야 한다. 따라서 시한엄수보다 충실한 준비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따른 보완방안으로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위원 안은 이른바 타임오프제라 하여 특정한 성격의 일을 노조 업무 종사자가 하는 경우 유급 근무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특정한 성격의 일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고 유급으로 인정하는 시간의 상한도 없다. 이처럼 상한도 없고 범위도 모호한 유급근무 인정은 마치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계속 숙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아 자립을 오히려 해칠 것이다.
노조자립이라는 법 취지를 달성하면서 무리없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기업은 이미 상당한 정도의 자립기반을 갖추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 재정자립이 어렵다. 따라서 500인 이상의 대기업과 공기업,금융기업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법을 시행하고,2013년에는 300인 이상으로 확대,2016년에는 100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순차적 시행이 바람직하다. 기업규모에 따른 순차시행은 이미 여러 입법에서 적용돼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기도 하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