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원 · 달러 환율 하락과 반도체 가격 상승 속도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3분기에 비해 다소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 · 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연말 성수기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분기 정점에 이른 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LCD 패널 가격도 4분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3분기보다 1조원가량 줄어든 3조1000억원 안팎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시현할 경우에는 실적 부진 요인을 일거에 상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하락 어디까지…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환율이다. 삼성전자는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이 하락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영증권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 아래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매출은 8조9525억원,영업이익은 3조2358억원 감소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올해 8월 125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 · 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170원 선까지 하락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마케팅 비용도 부담이다. 4분기 마케팅비는 3분기에 비해 20~30%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의 전략 기조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전자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사이에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가격 상승 언제까지…

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반도체 가격 움직임이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추가로 상승,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이 전 분기보다 좋아지면 다른 부문에서의 부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4분기 D램 반도체의 평균 판매 가격이 3분기보다 7~1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분기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실적은 매출 130조원,영업이익 10조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매출 세 자리,영업이익 두 자리의 조단위 실적 동반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11조7500억원 · 본사 기준)이 유일하다. 100조원 매출 기록은 지난해 깨졌다. 삼성전자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18조원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97조1800억원,영업이익 7조900억원"이라며 "4분기에 3분기 실적의 80% 정도인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