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U-20)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꺾고 8강에 진출,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표팀은 1983년 박종환 사단이 이룩한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에 바짝 다가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새벽(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후반 10분 김보경(홍익대)의 결승골과 15분，25분에 연속으로 터진 김민우(연세대)의 추가골에 힘입어 3－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1년 포르투갈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8강에 오른 이후 18년 만에 8강 진출의 영광을 재현했다. 홍 감독은 "8강까지 올라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새로운 기록을 만들려면 다음 경기를 이겨 준결승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9일 가나－남아프리카공화국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파라과이의 화력에 맞서 전반전부터 수비 라인에 철옹성을 세우고 풀백 요원인 김민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김민우 시프트'를 활용한 홍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전반 내내 팽팽하던 승부의 추는 후반 들어 한국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한국은 후반 1분 서정진(전북)의 슛으로 공세의 포문을 연 데 이어 오른쪽 측면에서 김민우가 찬 볼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왼쪽으로 흐르자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김보경이 가볍게 왼발로 밀어넣었다. 이날 생일을 맞은 김보경의 '자축골'.

후반 15분 김민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강력한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곧이어 후반 25분 김민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박희성(고려대)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 쐐기골을 넣으며 8강에 선착했다.

FIFA는 이날 홈페이지 메인 화면의 '놀랍고도 놀랍다(Surprise,Surpris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1실점밖에 하지 않은 철옹성 파라과이보다 강한 팀임을 입증했다"며 극찬했다. FIFA는 또 한국 응원단에 대해서도 "킥오프 전부터 모인 한국 응원단이 90분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며 "2002년 한 · 일월드컵 때의 응원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