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도시 프랑스 파리가 세계 3대 컬렉션의 하나인 '2010 봄 · 여름 파리 패션위크'(파리 컬렉션)로 들썩이고 있다. 하루 12개 브랜드씩 한 시간 간격으로 공원 · 체육관 · 박물관 · 극장 등을 돌며 펼쳐지는 패션쇼 일정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1000여명의 바이어와 취재진들이 이동하다 보니 시내 곳곳이 교통지옥이다. 쇼가 한 시간씩 늦게 시작되는 것은 다반사이고 자넷 잭슨,케이티 페리 등 셀러브리티(유명인사)들이 행사장에 나타날 때마다 열띤 취재 경쟁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지난달 30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디올 · 이브생로랑 등 명품 하우스들의 빅쇼.브랜드 명성에 걸맞게 대규모 인파가 몰려 1,2차로 나눠 패션쇼가 진행됐다. 디올 쇼가 열린 튀를리공원 텐트엔 지난 2일 1차 행사에만 2000여명이 운집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여성의 비명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느와르 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대에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존 갈리아노의 그림자가 잠시 나타나더니 인형같은 금발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쇼가 시작됐다. 강한 어깨,20㎝ 높이의 킬힐,빅백,모험적인 여성성을 살린 트렌치 코트 등 1980년대를 재해석한 의상들과 코르셋 · 슬립 등을 연상시키는 섹시한 란제리 드레스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제각기 고유의 개성을 살린 특별한 장소로 300~400명의 바이어와 취재진을 초대했다. 프랑스의 이자벨 마랑은 고풍스런 건물을 쇼 행사장으로 꾸며 겹겹의 프릴(잔주름) 장식 스커트,스포티한 파스텔 스트라이프 트위드 재킷,카우보이 부츠,깃털 장식 귀걸이 등을 선보였다.

특히 봄 · 여름 시즌에 맞춰 화려한 프린트 의상들이 더욱 두드러졌다.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는 드레이프 실루엣과 꽃 · 새 · 기하학적 무늬를 핸드 프린팅한 화려한 프린트로 에스닉 테마를 살렸다. 레오나드는 젊은 감각의 슬림한 라인을 강조한 프린트 원피스와 드레스를 내놨다. 드리스 반 노튼도 일본 기모노,인도풍 사리,중국 스타일의 금박 자수 등을 재해석한 에스닉풍 의상들을 무대에 올려 박수 갈채를 받았다.

20년 전 마돈나의 아이콘 브래지어를 탄생시킨 장 폴 고티에는 다시 이를 활용한 코르셋 · 브라톱 의상과 힙합 스타일의 오버롤(멜빵바지) · 전사용 부츠 · 밀리터리풍 트렌치 코트 등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파리=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