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씨 "소설인생 40년은 황홀한 감옥살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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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황홀한 글감옥' 출간 조정래씨
"글쓰기는 피를 말리고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쓴 글을 자화자찬이라도 하고플 만큼 성취감도 얻을 수 있지요. 그래서 글쓰기란 감옥은 감옥이되 황홀한 감옥입니다. "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의 작가 조정래씨(66 · 사진)가 자전 에세이집 《황홀한 글감옥》(시사IN북 펴냄)을 냈다.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발표하며 내년이면 등단 40년을 맞지만 막상 조씨는 본인의 삶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산문집은 내지 않았었다. 예전에 발표했던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는 개인사보다 문학관을 말하는데 치중했다는 게 그의 설명.《황홀한 글감옥》은 조씨가 독자들에게 받은 질문 500여개를 84가지로 추려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6일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씨는 "내 인생 전체를 조망한 책은 《황홀한 글감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며 "나의 유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작품론,문학론,인생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책에서 조씨는 '작가 조정래'의 면모뿐 아니라 '인간 조정래'의 모습까지 담았다. 그림에 관심은 많았지만 "물감 대줄 돈 없다"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돈이 적게 드는 문학의 길을 걷게 됐다는 조씨는 "지금도 그림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물감을 마음껏 푹푹 칠할 수 없었던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여든을 넘겨 산다면 물감을 덕지덕지 발라가며 반 고흐같은 질감으로 그림을 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내인 김초혜 시인과의 연애담을 상세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동국대 국문과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내는 이미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었던지라 '문청' 조씨에게는 '언감생심 눈길 한 번 주기도 어려운 존재'였다. 게다가 물방울무늬 플레어스커트에 흰 하이힐,긴 머리에 얼굴 하얀 아내를 노리는 경쟁자들도 많았다. 그때 가난한 대학생에 불과했던 조씨는 링컨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정성스럽게 그려서 선물해줘 아내의 마음을 얻었다.
지금은 성공한 작가지만 결혼 당시만 해도 '유산 한 푼 받을 것도 없는 가난뱅이 집안의 차남,언제 작가라도 될 것인지 아무런 기약이 없는 사내'였던 자신과 결혼하기로 결정해준 아내에게 조씨는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감사를 표했다. '김초혜는 나에게 날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이다. '조씨는 이번 책을 쓸 때에도 아내의 검열(?)을 거쳤다며 "우리 집에는 또 하나의 중앙정보부가 있다"고 표현했다.
이외에도 '몸짱'이 되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생 시절 열심히 역도 운동을 한 결과 가슴둘레가 1m가 넘는 체격을 소유하게 됐던 이야기,구례 화엄사에서 시인의 꿈을 포기하고 소설가로 진로를 변경한 사연,승려였던 아버지의 강권으로 그 또한 승려가 될 뻔했던 사건,이어령 문화부 장관에게 감사하는 이유 등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또 《태백산맥》 마지막 장면의 의미,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을 필사하게 한 이유,작품에 '야한 장면'이 과하게 많은 까닭 등 독자들이 품고 있는 의문에 시원하게 답하기도 했다.
조씨는 "올해 12월부터 원고지 1500장 분량의 신작 집필을 시작해 다음 해 여름에 출간할 생각"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