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업은행장(사진)이 6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대우건설 매각 등 살얼음판 같은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터여서 공개적인 간담회가 주목을 끌었다. 그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주저없이 입을 열었다. 당초 민 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을 위해 3일 터키 이스탄불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추석 연휴 직전 이를 포기했다. 대신 노조와의 마라톤 협상을 통해 5% 임금삭감을 관철시켰고 대우건설 매각진행 상황도 일일점검했다.

◆금호에 대한 시장 우려 해소될 것

민 행장은 "방심은 금물"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또 금호생명 외에도 여러 건의 자산매각이 진행 중이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을 해결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 행장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보기업들의 입찰희망가격이 나쁘지 않고,인수 후보를 압축한 '쇼트 리스트'(우선인수협상 후보자) 4곳 모두 전략적 투자자(SI)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투자 차익을 목적으로 한 해외 매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인수후보 컨소시엄에 SI가 모두 참여한 만큼 일부는 적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매각 대상 지분은 '50%+1주'로 확정했지만 일부 인수후보는 추가로 10% 정도의 잔여지분을 매입할 의사도 밝혔다고 소개했다.

민 행장은 인수후보들이 실사를 끝내면 11월4일부터 1주일간 입찰서를 받아 11월 중순에 입찰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의 선정 기준으로 가격과 자본조달 가능성,대우건설의 장기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행장은 "만에 하나 대우건설 매각 건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시나리오별로 백업(back up) 플랜이 금호와 이야기가 돼 있다"며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생명을 포함한 다수의 자산 매각도 진행 중"이라며 "거의 마지막 계약이 임박했거나 실사 중인 것들"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의 이 같은 언급은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싼 불안감,그로 인한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차질 가능성 등을 전제로 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GM,산은 요구 수용 안하면 대출금 회수

GM의 GM대우에 대한 1조원의 자금지원 요구와 관련,민 행장은 "GM이 산은의 요구 조건을 먼저 수용하지 않으면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당장 10월부터 GM대우의 대출금부터 회수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GM이 2조7000억원의 선물환 손실에 대한 경영책임은 지지 않고 산은에 1조원을 지원하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민 행장은 "GM이 GM대우가 개발한 차량에 대해 라이선스를 인정하고,최소 5년간 일정 수준의 생산물량을 보장해야 하며,산은이 공동 최고재무관리자로 경영에 참여한다는 전제조건을 수용하기 전까지 GM대우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동부그룹과의 동부메탈 인수협상에 대해서는 "동부그룹 측에 시장에서 인정하는 최대한의 가격을 제안했고,더 이상 추가 협상은 없다"며 "조만간 동부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평가 이상으로 동부메탈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어렵다"며 "동부가 산은의 가격을 받지 않으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며,산은이 할 일은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상반기 신용위험도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H그룹에 대해서는 "다른 그룹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예외없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