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조건부 복귀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긍정 속 신중'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탈출구가 마련됐지만,당장 6자회담이 순항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건을 내건 북한의 계산법이 워낙 복잡한 데다 미국의 태도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면 전환을 가져온 북한과 중국은 각각 적잖은 실리와 명분을 챙겼다는 평이다. 북한은 향후 북핵문제에 관한 국제 회담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명분을,중국은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주주임을 입증시켰다.

◆복잡한 계산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북한의 계산은 "양자회담을 통해 최대한 양보를 받아낸 뒤 6자회담 혹은 다자회담에서 이를 추인받겠다는 전략"(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으로 분석된다. 만일 양자회담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6자회담 불참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길 수 있는 명분도 갖게 된다.

중국 역시 북한의 이런 속내를 경계하고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결산하는 브리핑에서 "6자회담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며 양자회담이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역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방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성취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스티븐 보즈워스 북한정책특별대표의 방북 등 양자회담과 관련해 "어떤 계획도 세워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양자회담을 하더라도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한다는 기본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중,대북관계 복원

원 총리는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과의 전통적 우의 복원 △경제협력 확대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라는 세 가지 성과를 얻었다.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이끌어내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직접 영접한 것이나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밝힌 것은 중국에 대해 최대의 예우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에 무상원조 카드를 내밀며 '북한에 대한 지분 확대'라는 성과물을 얻었다. 선스순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전협력연구부 주임은 "이번 회담으로 양국 간 전통적 우호관계가 회복됐고 북한은 무상원조를 받고 중국은 개발이 기대되는 미개척지인 북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 · 미 양자회담이 우선돼야 한다는 북한의 종전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 외교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베이징=조주현/워싱턴=김홍열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