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실적 추정] 반도체·LCD '부활 드라마'… 이윤우 '승부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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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3분기 깜짝 실적 원동력은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 부품 부문의 부활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두 부문에서 각각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기준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06년 4분기(1조6610억원)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LCD 부문도 반년간의 고전 끝에 영업이익 1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LCD 부문에서 3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이 1500억원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LCD 턴어라운드의 배경으로 이윤우 DS(부품) 부문 부회장,권오현 반도체 담당 사장,장원기 LCD 담당 사장으로 이어지는 부품 부문 경영진들의 리더십을 꼽고 있다. 현장 경영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공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윤우 부회장의 '차세대 제품 육성'
이 부회장은 지난 1분기 67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을 되돌리기 위해 '차세대 제품 육성'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올초 반도체 LCD를 주축으로 하는 부품(DS 부문)과 휴대폰 TV를 중심으로 하는 완제품(DMC 부문)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아예 사무실을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으로 옮기고 아래층을 쓰는 권 사장과 함께 반도체 수익 회복 전략을 짜는 데 집중했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주력 D램 제품을 DDR2에서 DDR3로 옮기자는 것이었다. 기존 DDR2보다 정보처리 속도와 성능이 40~50%가량 좋은 제품으로 바꿔 높은 가격을 받자는 판단에서였다. 때 맞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 7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지면서 PC업체들은 차츰 성능이 좋은 DDR3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1달러 이하로 떨어졌던 D램 값이 지난 4월 이후 상승세에 접어든 것도 큰 힘이 됐다. DDR3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정도로 한정돼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 같은 반전에 힘입어 반도체 부문은 지난 2분기 2400억원의 흑자를 냈으며 3분기 '1조원 클럽'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답은 현장에 있다
LCD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장 사장이다. 이 부회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LCD 사업부에서 한우물만을 파왔던 장 사장에게 LCD 사업의 전권을 넘겼다.
장 사장은 중국 시장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소비 진작을 위해 LCD TV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LCD 사업의 위상은 대만 업체들에 밀려 보잘것없었다. 장 사장은 고심 끝에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각종 전시회를 직접 뛰어다니며 현지 TV 업체들을 설득했다. 콘카 스카이워스 등 5개 주요 현지 업체들 가운데 4개 업체와 패널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올초 6만6000대에 불과하던 TV용 LCD 패널 판매량은 지난 7월 65만4000대로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여파로 업체들이 LCD 투자를 줄인 탓에 LCD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서 삼성전자는 업계 1위 수혜를 누리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31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LCD 부문은 지난 2분기에는 1500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한 분기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최근 들어서는 소비심리 호전으로 TV 판매량까지 늘어나 실적 호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부품 부문의 강세는 올해 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과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경쟁사를 앞도하고 있다"며 "D램과 LCD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계속 지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