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고 무주택 서민들에게 일반 분양가보다 훨씬 싸게 분양하는 반값의 보금자리 주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아파트 값은 내 집을 마련해 보려는 무주택 서민들의 꿈을 가로막는 크나큰 장벽이었다. 보금자리주택의 반값분양은 이 장벽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일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분명히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반값분양이 어떻게 가능한가?

반값분양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은 그린벨트 해제다. 땅주인이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는 그린벨트는 개발가능한 주변의 다른 토지보다 값이 싸다. 그린벨트지역을 싼값으로 보상하고 수용한 다음 그 땅에 지은 아파트를 원가로 분양한다는 것이 반값분양 보금자리 주택정책의 핵심이다. 분양가는 땅주인에게 가는 보상금과 땅값의 차이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일반 상품이라도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바겐세일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하물며 수도권 아파트라면 더욱 그렇다. 이를 아는 정부는 실수요자를 제외한 투기꾼들은 배제하도록 분양신청 자격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또 분양 후 장기간 전매하지 못하게 조치하고 있다. 장기간 전매금지는 분양 이후 보금자리 주택의 값이 분양가의 두 배인 시세수준으로 뛰어오르는 데 대한 대비책이다. 분양 물량이 제한적이므로 분양가를 낮춘다고 일반 아파트 시세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정부의 인식은 옳다.

그러나 보금자리 주택정책의 요체는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땅값 상승분을 그린벨트 지주가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본질이 이러한 까닭에 갖가지 제한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첨자는 결국 큰 차익을 누리게 되고,보금자리 주택은 복권과 다를 바 없어진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의 열풍은 규제가 까다로운 만큼 온갖 탈법행위를 동원하여 한동안 잠잠하던 아파트 분양시장을 다시 한바탕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회적 목표 실현에 소요되는 비용이라면 사회전체가 부담해야 옳다. 그런데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땅값 상승분이 땅주인의 소유라야 한다면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소요비용을 그린벨트 지주들에게 집중 부담시키는 좋지 않은 정책이다. 이러한 비용조달방식은 해제 차익이 사회의 소유라야만 정당하다. 그러나 다른 땅값 상승분은 지주의 몫인데 그린벨트 해제차익만 사회의 소유일 수는 없다.

정부는 그동안 아무 배상 없이 그린벨트 지주들의 재산권을 일방적으로 제약하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녹색공간을 확보해 왔다. 이제와서 그동안의 손실에 대한 보상은커녕 해제차익마저 빼앗는다면 정부는 그린벨트 지주의 재산권을 철저히 유린하는 것이다. 서민주택정책은 한편으로는 국가가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서민들의 주거공간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택공급을 늘려 아파트 값을 원천적으로 안정시키는 기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