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이 세계청소년축구대회(U-20) 8강에 오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또하나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랐으니 분석기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축구전문가들은 8강 진출의 핵심 원동력으로 홍명보 감독의 실력 위주 용병술을 꼽는다. 키가 크든 작든,프로든 아니든,명문대 출신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오로지 목숨 걸고 뛸 선수들을 앞세웠다는 것.최단신(172㎝) 김민우를 넣고 주전 11명 중 5명을 갈아치우는 극약처방도 서슴지 않았다. 잘 뛰면 누구나 주전이라는 평소 생각을 실천한 것이다.

우연일까. 기록으로 보면 편견 없는 선수기용은 늘 신화를 낳았다. 1983년 박종환 감독이 같은 대회에서 사상 처음 4강신화를 썼을 때,히딩크 감독이 단군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을 때 꼭 이랬다. 축구계의 이단아였던 박종환 감독은 출신성분을 묻지도,따지지도 않고 오직 실력으로 선수를 발탁해 썼다. 당시 주류에 들지 못한 채 공 좀 찬다는 평만 듣고 있던 김주성,김판근,고정운은 박 감독이 없었다면 절대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을 것이란 말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히딩크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축구계의 파벌과 무관했고 선수에 대한 편견이 전무했던 그는 전국 축구대회를 직접 참관하며 실력위주로 선수를 골랐다. 월드컵신화의 주역인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은 대표적인 '히딩크 키즈'다.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박지성도,해외에서 맹활약하는 이영표와 김남일도 히딩크가 없었다면,파벌에 찌든 한국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면,지금처럼 축구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하진 못했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시절 히딩크 아래에서 보고 배운 게 있었던 것이다.

G-20이든 U-20이든 결론은 하나다. 배경보다 실력,'난 프로인데' 보다 '무조건 이긴다'는 열정이 있다면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성과는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홍 감독의 포효는 무조건 옳다. 9일밤 11시30분(한국시간) 가나와의 4강진출 경기는 힘겨운 한판이 될 것이다. 90분의 결과가 어떻든 홍 감독과 어린 선수들은 이미 영웅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