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면서 명예와 부도 얻는다면 인생을 걸 만한 사업 아닌가요?"

보람과 명예,돈.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만한 비즈니스가 있을까.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이진우 YD생명과학 대표(52 · 사진)는 분명한 해답을 갖고 있다. 바로 첨단 의약품을 개발하는 일이다. 좋은 약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칠순이 넘어서까지 농사를 지었던 이 대표의 어머니는 평생 무릎통증으로 고생했다. 8남매 중 맏아들인 그에게 치료약을 구하는 일은 늘 숙제처럼 따라다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갈증은 계속됐다.

그는 원래 '잘나가던'은행원이었다. '세일즈의 천재'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영업 수완이 남달랐다. 그는 1994년 보람은행(현 하나은행)에서 영업왕으로 선정됐다. 한 해 500억원을 새로 유치한 실력을 인정받아 3000명이 넘는 직원 중 처음으로 'PB(개인종합자산관리전문가)'로 발탁됐다. 검정고시를 거쳐 8년 만에 대학(건국대 경영학과)을 졸업한 그는 PB의 소매금융 강화 방안을 연구해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2002년 지점장을 끝으로 은행원 생활을 마감한 그는 전 재산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 등 20억여원을 털어넣어 의약품 유통회사인 영동메디칼을 인수했다.

"수입 진단시약 유통으로 돈을 꽤 만졌어요. 회사 인수 4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럴수록 국산 신약 개발에 대한 욕심이 더 뚜렷해지더라고요. " 즉행집완(卽行集完).즉시 실행하고,집중해 완성한다는 자신의 좌우명대로 행동에 옮겼다.

2008년 회사 내에 신약연구소를 세웠고,그해 말 연구소를 독립시켰다. 이곳이 신약개발 연구 벤처기업인 YD생명과학이다. 주변에선 '대기업도 힘든 신약개발 사업만은 하지 말라'는 반대가 쏟아졌다.

주변의 우려는 연구소 설치 1년여 만에 결실을 맺자 수그러들었다. 기존 의약품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한 관절염치료 신약후보물질 'YD101'을 발굴해낸 것.통상 3~5년 걸리는 신약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1년여로 단축시킨 것은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 덕분이었다. 임상 과정이 짧고 비용이 합성신약의 10분의 1 정도인 천연물 신약 개발로 방향을 잡은 것이 주효했다. 특히 인하대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타깃을 관절염과 췌장염,비만치료제 등 세 가지로 압축,연구의 집중도를 높였다. 연구원들에게 비용 투입 등과 관련해 의사결정 전권을 맡긴 '신뢰경영'도 한몫했다.

"과학자들에 대한 경영자의 믿음은 정말 중요합니다. 한번도 결과물을 내놓으라며 재촉하지 않았어요. " 대신 직원들에게 회사 지분의 12%를 나눠줬다. 책임감을 갖되,성과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대표는 "YD101은 관절연골 분해 효소 억제는 물론 통증이 심한 류머티즘도 완화하는 효과를 내줘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한국발명진흥회의 평가 결과 약 1000억원대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임상 2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주요 제약사에 라이선스아웃(기술이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 1년에 구두 열 켤레를 갈아치우며 현장을 누볐던 은행 영업사원 시절을 자주 떠올린다. "은행영업과 신약 개발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기다림이 필요하기 때문이죠.매일 밤 반상회를 찾아가 금융상품을 설명하느라 목이 쉬었던 영업사원 시절의 초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