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재건축 · 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아왔던 '조합설립무효' 및 '관리처분무효' 소송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대법원이 잇따라 이런 소송을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규정하면서 소송제기 자체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조합들은 "이번 판결로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대법원1부(김영란 대법관)는 7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재건축조합 조합원 15명이 조합설립결의를 무효로 하라며 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재건축결의부존재확인)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넘기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판결 요지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의 재건축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주택재건축 사업을 시행하는 일정한 행정작용을 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달 17일 재개발조합에 대한 '관리처분 무효' 소송을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내야 한다고 판시한 데이 어어 '조합설립 무효' 소송까지 행정소송으로 명시한 판례다.

대법원의 판결 이유는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는 재개발 · 재건축 관련 소송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개발관련 소송의 경우 조합이 설립되거나 관리처분(조합원 자산평가) 이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 소송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서울 반포동의 A재건축 단지는 입주가 끝난 상황에서 관리처분무효 소송이 진행되는 황당한 케이스까지 발생했다. 대법원은 더 이상 이를 허용하지 않고,제소기간의 제한(90일)이 있는 행정소송으로 다루도록 했다.

◆판결 영향


월계동 재건축소송의 피고 측 대리인인 장찬익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행정소송의 경우 제소기간을 넘기면 단순히 하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정처분이 취소되지 않는다"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야만 하기 때문에 재개발 관련 분쟁에서 가장 많은 조합설립무효(재건축결의무효 또는 부존재) 소송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태 의원(한나라당 국토해양위원회)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주택재건축 · 재개발 관련 소송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수도권에서 741건에 불과했던 민사소송(1심)은 2008년 2265건으로 4년 새 세 배로 증가했다.

한편 소송 때문에 그동안 사업에 차질을 빚었던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들은 반기고 있다. 조만간 같은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서울 서대문구 순화동 재개발 1-1구역의 한 조합원은 "조합 입장에선 희소식"이라며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8월 조합설립무효확인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던 염리2구역의 재개발조합 측도 "비대위 측이 행정소송을 내기에는 이미 기간이 지났다"며 "골치 아팠던 소송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성선화/이해성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