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요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환율 반기보고서 마감 시한이 오는 15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6일 미 노조 및 제조업단체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 산별노조총연맹(AFL-CIO)과 미 최대 제조업단체인 전미제조업협회(NAM)는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유세 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판한 사실을 들며 이젠 행동에 옮길 때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에 낸 취임 후 첫 환율 반기보고서에선 행동에 옮기지 않았었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서다. 북한과 이란 핵 문제,기후변화협약 등의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것도 이유였다. 오바마의 결정은 중국이 위안화를 20~40%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노동계와 재계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노동계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AFL-CIO의 티어 리 정책국장은 "중국이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무역불균형은 환율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로 풀 수 있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1년간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8위안대에서 사실상 고정시켜온 중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때에 케케묵은 얘기를 꺼내 국제적인 관심의 눈길을 돌리려는 것"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이슈가 아직도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고민의 깊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을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면담을 거부한 것도 11월에 베이징에서 만나기로 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자극할까 걱정해서다. 워싱턴을 찾은 달라이 라마가 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은 18년 만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