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발행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올 들어 국고채 발행을 크게 늘린 데다,기업들도 정책금리 인상 전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 채권 수요가 급증했던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7일 국내 전체 채권발행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고채 283조원을 포함,1009조3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9월 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가총액 951조6494억원보다 약 58조원 많은 것이다.

채권발행 잔액은 2006년 말 778조원,2007년 말 829조원,2008년 말 864조원 등으로 매년 4~6%씩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9월까지의 증가율이 16.7%에 달한다. 채권발행 잔액은 2007년 4월 증시 활황으로 주식시장 시총을 처음으로 밑돌았으나, 작년 8월부터 다시 추월했다.

올 들어 채권발행 잔액이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국고채 발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박상준 한국거래소 채권시장운영팀장은 "당초 정부는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를 74조원 정도로 계획했으나 경기회복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91조원으로 17조원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국고채 발행 규모(52조원)보다 75%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고채 발행 규모는 2003년만 해도 전체 채권의 13.4%에 불과했으나 매년 꾸준히 늘어 올 들어서는 28.1%로 확대됐다.

회사채 발행도 크게 늘었다. 올 9월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약 78조원으로 작년(33조원)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이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전에 싼 값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반기 중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작년까지 금융채로 분류되던 은행채가 올 2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회사채로 분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잔액 증가에 일조했다. 박 팀장은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 발행 여건이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채권 발행이 매년 늘고 있지만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아직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권발행 잔액 비중은 한국이 93.0%로 미국(169.8%) 일본(202.2%)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