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GM대우에 대해 구조조정의 고삐를 강하게 휘어잡고 나서 주목을 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GM대우가 산은의 요구조건을 먼저 수용하지 않으면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당장 이달부터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GM 측이 한국산 차량에 대한 각종 라이선스 공유,최소 5년 이상 일정수준의 물량 보장,산은의 경영참여 등 전제 조건을 수용하기 전까지는 GM대우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자금지원은 기업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내비친 셈이다.

GM대우가 지난해 선물환 거래로 2조7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실을 내놓고도 산은에 1조원의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은 모럴해저드의 전형적 사례라 할 만하다. 더구나 유상증자를 통해 4911억원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자구책 만으로는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과정에서 GM대우가 과연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지극히 불투명하다. 그런 점에서 산은이 GM대우에 먼저 고강도 자구방안부터 내놓도록 요구하고 나선 것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대주주인 GM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마당에 산은이 나서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 일이 일어나선 결코 안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산업과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GM대우 문제를 그대로 방치(放置)하기가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산은과 GM 본사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제시한 요구조건들이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에 올 프리츠 헨더슨 GM CEO(최고경영자)가 GM대우 중장기 생존전략에 관해 분명한 약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추가 지원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시급한 현안인 1조원 규모의 자체 증자 약속을 받아내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쌍용자동차 부실화 사례에서도 잘 드러났듯이,GM대우에 대한 지원도 자칫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