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급격히 변하면 과음, 자살 선택 가능성 커

한국인의 자아정체감이 매우 취약한 수준이어서 실직, 이혼 등 주변 환경이 급격히 변화게 되면 과음, 자살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2005년부터 5년에 걸쳐 한국인 성인 남녀 199명을 심층 면담해 자아정체감을 분석한 결과, 74.4%(148명)가 '정체성 폐쇄군'으로 진단됐다고 8일 밝혔다.

폐쇄군은 안정지향적이고 현실순응적이지만 위기에 약한 유형이다.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종종 보여 자존심이나 체면이 손상됐다고 느끼면 타인을 비난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또 주위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과음, 자살 같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폐쇄군 다음으로는 ▲능동적이고 진취적 개척자형인 '성취군'(12.6%) ▲수동적이고 무력한 방관자형인 '혼미군'(10.6%) ▲고민이 많은 대기만성형 '유예군'(2.5%)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경향은 남녀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폐쇄군'이, 나이가 젊을수록 '혼미군'이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헌신도는 높아지지만 탐색은 줄어들고, 나이가 젊을수록 자아정체감이 덜 정립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 학력이 높을수록 '성취군'이 많고 '폐쇄군'이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원 졸업자는 41.2%가 '성취군'으로 나타났고, 중학교 졸업자는 전무했다.

이동수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한국인의 자아정체감이 취약한 것은 1960~70년대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집단 목표가 강조되고 개인의 희생이 요구되면서 자아정체감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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