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를 뒤덮은 3만㎢의 광대한 초원.마사이족들에게 '땅이 영원히 계속되는 곳'으로 불리는 세렝게티.
이곳에는 300여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산다. 그러나 이들의 세상도 강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맹수라고 해서 늘 안전한 것도 아니고 초식동물이라고 해서 평생 떨며 도망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크고 강한 자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고의 전략을 구사하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인 스티븐 베리는 《세렝게티 전략》에서 이들 동물의 생존 노하우와 기업경영의 상관관계를 생태학적 코드로 풀어간다.
그에 따르면 목이 긴 기린은 특유의 '시력 전략'으로 '통합적 행동의 생존력'을 보여주고,코뿔소는 한 방향으로 끈기 있게 돌진하는 힘으로 자신을 지키며,하이에나는 다른 누군가를 활용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간다. 행동이 느린 코끼리는 축적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사자는 역할을 나눠 협력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한 가지 전략만 구사하는 건 아니다. 얼룩말의 경우 투쟁 · 도주 · 군집 · 부동 · 날뛰기라는 5가지 생존 전략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룩말의 5가지 생존 전략은 위험에 처한 인간의 반응과 똑같다. 이는 조직의 대응전략과도 상통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라고 말한다. 최적의 선택은 생존과 시장 우위를 의미하지만 잘못된 선택은 '육식동물의 식단에 오르거나 한 회사가 도산 기업 명단에 오른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5가지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 전략에만 매달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코카콜라의 '얼룩말 전략'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하이에나 전략으로 입지를 넓힌 코카콜라가 지금은 얼룩말의 '부동'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위협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붉은색의 사용권을 인정받는 것에 소홀했던 코카콜라가 뒤늦게 그 필요성을 절감했지만,법적 소송에 들어가면 작은 회사를 짓밟으려는 대기업 이미지로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오히려 소기업의 인지도만 높여줄 수 있기 때문에 '투쟁'이나 '도주' 전략은 효과적이 않다는 것.펩시 등 다른 회사와 손을 잡는 '군집' 또한 존재 이유와 맞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은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악어의 경우 잠행과 기습전략을 구사한다. 기업이 특수 목적의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도 효과적인 잠행과 기습전략의 일환이고 스포츠 업계의 앰부시 마케팅(규제를 피해가는 기법)도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다. 기업인으로는 영국 의류 도매시장의 12%를 장악한 필립 그린이 대표적이다.
얼룩말과 혹멧돼지,누영양의 전략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며 성공을 계속해온 GE,기린 전략으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이 된 아마존 등의 사례도 흥미롭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서광원 생존경영연구소장은 "앞서가는 이들이 '동물의 왕국'에 심취하는 것도 거기에서 삶의 원리와 생존의 지혜,약동하는 생명력을 발견하기 때문"이라며 "지구가 생긴 이래 45억 년 동안 축적되어온 생존의 지혜와 원리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으라"고 권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