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소금융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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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美少)금융,절묘한 이름이다. Microfinance를 번역한 말인데,매우 작다는 뜻의 미소(微少)와 웃음을 뜻하는 미소(微笑)가 겹쳐서 들린다. 그런데 미소금융이 진정 웃음 가득한 성공스토리로 채워지려면 그 실천은 웃음만이 아니라 고통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 고통이란 빌린 돈을 갚는 의무를 말한다. 돈을 빌린 사람이 제때 이자와 원금을 갚도록 만들 수 있는지에 이 제도의 성패가 달려 있다. 만약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낭패다. 자립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도덕적 해이만 늘려놓을 수도 있다.
빌린 돈을 갚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일은 더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빌려줄 때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소금융에는 담보도 없고,보증도 없다. 과연 사람들이 미소금융의 돈을 갚으려고 할까?
그런 점에서 그라민은행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유누스는 천재적이었다. 은행들이 빈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돌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수요자인 빈민들 역시 돈을 안 갚아도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일단 빌리면 갚을 생각도 안 했던 것이 방글라데시의 실정이었다. 유누스는 독특한 방법으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먼저 대출 희망자 5명을 1조로 구성한 후 그 중 2명에게 먼저 대출을 해줬다. 대출 기간은 대개 1년인데 그 두 사람이 잘 갚아야만 나머지 사람들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상호지급보증 또는 연좌제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기가 안 갚으면 동료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돈을 갚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또 앞 사람이 갚지 못할 경우 자기 차례가 안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후순위자들은 앞 사람이 게으름을 부리지 못하게 감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돈을 갚게 된다. 이런 구조는 상당히 잘 작동해서 상환율 98%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1년 금리가 20%나 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성과다.
꼭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졌기 때문에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대출받은 종잣돈으로 최소한 연수익 2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만 대출을 신청하게 된다. 또 실제로 그 돈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은 최소 연수익 20% 이상의 성공적 투자를 했음을 뜻한다.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성공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난한 사람으로 하여금 대출금을 갚게 만든 것,그것이 바로 유누스가 열정만 가진 보통의 사회운동가들과 다른 점이었다. 그라민 은행이 비영리단체이긴 하지만 실제로 작동방식은 영리 금융기관과 유사하다. 빈민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해서 정상적인 시장의 주체로 변화시킨 것이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우리나라의 미소금융이 그런 취지에 충실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나는 조합'이나 '사회연대은행' 등 기존의 자발적 마이크로 크레딧 NGO 들의 경우 대출금 상환율이 85% 정도에 이른다고 하니 꽤 높은 수준이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 빌려준 NGO 측에 대해서 가지는 감사와 미안한 마음이 성공의 주요인일 것이다. 이번에 출범하는 미소금융도 그럴 수 있을까? 관건은 사람들이 정부나 대기업이 출연한 돈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과 상환의 의무감을 가질지의 여부다. 그라민 은행 방식대로라면 아무개씨는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고 세상에 공표라도 해야 하는데,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을까. 바로 거기에 미소금융의 성공이 달려 있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
빌린 돈을 갚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일은 더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빌려줄 때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소금융에는 담보도 없고,보증도 없다. 과연 사람들이 미소금융의 돈을 갚으려고 할까?
그런 점에서 그라민은행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유누스는 천재적이었다. 은행들이 빈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돌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수요자인 빈민들 역시 돈을 안 갚아도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일단 빌리면 갚을 생각도 안 했던 것이 방글라데시의 실정이었다. 유누스는 독특한 방법으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먼저 대출 희망자 5명을 1조로 구성한 후 그 중 2명에게 먼저 대출을 해줬다. 대출 기간은 대개 1년인데 그 두 사람이 잘 갚아야만 나머지 사람들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상호지급보증 또는 연좌제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기가 안 갚으면 동료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돈을 갚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또 앞 사람이 갚지 못할 경우 자기 차례가 안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후순위자들은 앞 사람이 게으름을 부리지 못하게 감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돈을 갚게 된다. 이런 구조는 상당히 잘 작동해서 상환율 98%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1년 금리가 20%나 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성과다.
꼭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졌기 때문에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대출받은 종잣돈으로 최소한 연수익 2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만 대출을 신청하게 된다. 또 실제로 그 돈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은 최소 연수익 20% 이상의 성공적 투자를 했음을 뜻한다.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성공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난한 사람으로 하여금 대출금을 갚게 만든 것,그것이 바로 유누스가 열정만 가진 보통의 사회운동가들과 다른 점이었다. 그라민 은행이 비영리단체이긴 하지만 실제로 작동방식은 영리 금융기관과 유사하다. 빈민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해서 정상적인 시장의 주체로 변화시킨 것이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우리나라의 미소금융이 그런 취지에 충실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나는 조합'이나 '사회연대은행' 등 기존의 자발적 마이크로 크레딧 NGO 들의 경우 대출금 상환율이 85% 정도에 이른다고 하니 꽤 높은 수준이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 빌려준 NGO 측에 대해서 가지는 감사와 미안한 마음이 성공의 주요인일 것이다. 이번에 출범하는 미소금융도 그럴 수 있을까? 관건은 사람들이 정부나 대기업이 출연한 돈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과 상환의 의무감을 가질지의 여부다. 그라민 은행 방식대로라면 아무개씨는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고 세상에 공표라도 해야 하는데,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을까. 바로 거기에 미소금융의 성공이 달려 있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