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순자산에서 판매회사와 운용회사가 매년 가져가는 보수가 대형 펀드일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원금인 설정액이 1조원을 넘는 대형 펀드의 보수는 100억원 미만 소형 자투리펀드보다 30%나 높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명품펀드를 만들려면 유명무실한 자투리펀드 정리와 함께 펀드보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 장기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 펀드평가업계에 따르면 설정액 1조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펀드의 총보수는 평균 2.15%로 조사됐다. 펀드 순자산의 2.15%를 매년 운용 · 판매사 등이 가져간다는 얘기다.

반면 100억원 미만 자투리펀드의 총보수는 1.61%로, 1조원 이상 펀드보다 0.54%포인트 낮았다. 이 같은 차이는 1조원 이상 펀드의 판매보수가 소규모 펀드에 비해 크게 높기 때문이다. 대형 펀드의 경우 은행 증권 등 판매사가 떼어가는 판매보수가 전체 보수의 70%를 넘는 1.51%로 가장 많고 운용사가 받는 운용보수는 0.75%, 나머지는 수탁 및 사무보수다.

해외 주식형펀드도 대형펀드의 총보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조원 이상은 2.10%로 50억원 미만(1.96%)과 50억~100억원(1.98%)을 웃돈다.

특히 1조원 이상 펀드에서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판매보수 상한선으로 제시한 1%를 크게 상회하는 펀드가 수두룩하다.

'한국밸류10년투자'는 판매보수가 2.04%에 이르며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 '미래에셋인디펜던스' 등도 1.6~1.8%대이다. 국민은행 전용 펀드들인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은 1.82%,'미래에셋인디펜던스K-2'와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K-1'은 1.75%다.

새 시행령은 신규 펀드에만 적용돼 이들 펀드는 기존 보수율을 의무적으로 낮출 이유는 없다.

한 증권사 펀드애널리스트는 "운용사는 판매사에 보수를 많이 줘서 더 많이 팔도록 유도하고, 운용사는 많은 판매로 설정액을 키워 운용보수를 늘리려는 양자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규모가 큰 펀드는 국내에 클래스별 보수 체계가 도입된 2006년 7월 이전에 설정된 것이 많아 선취수수료가 없는 대신 판매보수가 높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기 투자일수록 펀드 비용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보수를 잘 따져 운용성과가 검증된 낮은 보수의 펀드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업계 내 펀드 보수 체계의 선진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보수를 하향 조정하는 펀드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선 가입 기간에 따라 보수를 깎아주는 방식의 '체감식 판매보수(CDSC프로그램)'만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 판매 보수를 낮추는 대신 자산관리컨설팅의 대가인 피(fee) 베이스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