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양산 모델인 아이미브(i-MiEV)를 내놓았다. 미쓰비시에 이어 미국 GM과 중국 비야디(比亞迪 · BYD)도 내년에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자동차 강국 정부도 연구개발비 지원,구매 보조금 지급,세금 면제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선 자국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과 미흡한 부품 기술 수준을 이유로 2013년 이후로 양산 계획을 잡았던 한국 정부와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8일 발표된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전기차 육성 청사진으로 볼 수 있다. 핵심 내용은 현대 · 기아차 등 국내 업계의 양산 시기를 2011년으로 2년 앞당긴 것이다.


◆배터리 등 핵심부품 개발에 집중

조기 양산은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부품 분야에서 얼마나 선진국을 추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요체인 배터리 개발에 550억원을 투입하는 등 2014년까지 4000억원을 지원해 구동모터,인버터 · 컨버터 전력모듈,차량탑재형 경량 충전기 등 주요 부품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의 배터리를 포함하는 기술 로드맵도 올해 말까지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품업체 정보지원 네트워크인 '그린 네트워크'를 활용,올해 말까지 전기차 관련 30개 전략부품을 선정해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집중 육성할 50개 부품업체도 선정하기로 했다.

◆아파트 등에 충전소 설치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한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보급 지원 정책도 병행한다. 정부는 전기차 핵심 부품 관련 기술개발 투자를 신성장동력 산업과 원천기술 분야 연구 · 개발(R&D)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각각 20%와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30%,35%로 공제폭을 확대한다.

에너지 효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기차에도 연비(㎞/?i)를 표시할 방침이다. 주행 중에 배터리에서 소모되는 전류량으로 전력사용량을 측정하고 이에 대한 주행거리로 연비를 계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전기차 충전소 인 · 허가 조건을 만드는 한편 공영주차장과 공동주택에도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주차장 및 관련 법령을 2011년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는 백화점과 할인매장,재래시장,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중 이용시설에 충전소를 설치하면 비용 일부를 저리로 지원해줄 예정이다.

◆정부 선도 구매…일반 구매자엔 세제 혜택

양산을 시작하는 2011년 하반기부터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보급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공공기관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대당 2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원해 2014년까지 2000대 이상을 보급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전기차를 사는 일반인에 대해서도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세제 혜택(270만원 한도)에 버금가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000만원이 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 판매가를 떨어뜨릴 수 있느냐가 시장 확대를 위한 핵심 변수"라며 "초기엔 정부가 과감한 지원을 통해 보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전기차는 미래 그린카 시장의 유력한 대안 중 하나인 만큼 정부와 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