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총부채상환비율) 확대를 시행(9월7일)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여파가 수도권은 물론 지방 주택시장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주택 거래시장은 침체된 가운데 DTI 규제에서 벗어난 재개발구역과 분양권 시장에선 반사이익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DTI 규제는 적용받지 않으면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신규 분양시장에는 수요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다음 주부터 DTI를 적용받는 금융회사를 제1금융권에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8일 밝혀 최근의 주택시장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자 드리워진 아파트 매매시장

정부의 DTI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되던 지난 8월 말 이후 서울 ·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DTI 규제가 없다가 지난달부터 새로 적용된 양천구 목동과 강동구 재건축단지의 경우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 하락 조짐이 뚜렷하다.

목동 7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반짝 늘었던 수요자들의 문의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2~3주 정도 더 지속되면 매매가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조사에서도 목동 9단지 181㎡(55평)의 호가가 5000만원 떨어지는 등 조정세가 완연하다.

강동구에서도 상일동 고덕주공아파트 등 재건축단지들이 8월 말 대비 2000만~3000만원 정도 매매가가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매물은 쌓이는데 좀처럼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서울지역 주택시장은 동반 침체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3월 이후 계속 상승했던 매매가 변동률은 부동산114 등의 조사에서 지난주 미미하지만 하락세로 반전됐다.

한남뉴타운 개발 등의 호재를 타고 8월까지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용산구도 DTI 규제 이후 한 달간 집값이 0.04% 빠졌다. 최근 DTI 규제 확대와 상관없이 대출규제를 받고 있었던 강남권(강남구,서초구,송파구)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잠실주공5단지,가락시영아파트 등은 한 달 새 매매호가가 2000만~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분양권 거래,신규분양은 호황

반면 DTI 적용을 받지 않는 재개발 지분 및 분양권 거래 시장에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재개발 구역으로 추진 중인 마포구 망원동의 A공인 관계자는 "여름부터 매물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 요즘에는 아는 사람에게만 물건을 보여줄 정도로 매물이 흔치 않다"고 귀띔했다. 부동산114 자료에서도 20㎡ 미만의 소형 재개발 지분은 지난 한 달간 3.61% 올랐다. 대출 규제가 없는 호재지역 상품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생기면서 시세를 밀어올리는 분위기다.

대출 규제가 없는 분양권 시장도 달아올랐다. 용산구 효창동 '파크 푸르지오'의 분양권 웃돈은 5000만원을 넘어섰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밝혔다. 동작구 흑석동 동부센트레빌 단지 역시 프리미엄이 7000만~1억원 사이에 형성됐다.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판교에서는 입주를 앞둔 106㎡(32평)형 분양권에 분양가(4억원)에 맞먹는 3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내집마련정보사는 "이 같은 분양권 호가 상승세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번지고 있다"며 "충남 천안의 '천안 동일하이빌' 158㎡형 분양권에는 최근 4000만원의 웃돈이 붙었고,충남 당진의 '남산공원휴먼빌'에도 최대 16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신규 분양시장 호조도 두드러진 변화다. 최근 분양한 남양주 별내지구 '쌍용 예가'와 수원 아이파크시티의 경우 계약률이 모두 90%를 넘기면서 사실상 '완전분양' 기록을 세웠다. 스피드뱅크가 전국 885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시장 기대지수'에서도 신규 분양 기대지수는 115(100을 넘으면 분양이 잘될 거라는 전망)를 기록해 조사를 시작한 지난 5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