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3개 통신 계열사(3콤)의 동시 합병을 결정함에 따라 지난해 KT-KTF 합병으로 촉발된 통신시장의 빅뱅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LG가 당초 내년 상반기쯤으로 계획했던 3사 통합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유 · 무선 통합과 방송 · 통신 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통합을 매개로 한 사업구조 개편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도 유선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와의 통합작업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돼 통신시장은 무선시장과 유선시장을 칸막이로 하는 기업별 경쟁구도에서 KT SK LG의 그룹별 경쟁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LG 3콤 합병작업 가속화

LG가 통신 3사 합병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든 것은 경쟁 진영인 KT와 SK의 유무선 통합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그룹 관계자는 8일 "시너지 창출 효과나 합병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한번에 3사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LG경제연구원 고문으로 영입키로 하는 등 합병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신 3사는 이달 중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공식 의결할 계획이다.

합병법인은 매출액 8조원에 육박하는 유 · 무선통신 통합회사로 새로 탄생한다. 매출규모가 19조원과 13조원대인 KT-SK 양강구도에서 나름대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합병 주체는 직원 수나 매출규모가 큰 LG텔레콤이 될 예정이며,KT나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CEO) 아래에 무선과 유선 부문별 CIC(사내독립기업) 사장을 두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3사 합병은 LG텔레콤이 신주를 발행,LG데이콤과 LG파워콤 주주들에게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합병으로 경쟁력 높여

LG는 3콤의 합병이 이뤄지면 훨씬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경쟁 그룹과의 격차를 좁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및 유통망 통합,고객정보 활용 등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전 장관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 전 장관은 KT 출신으로 이석채 현 KT 회장 못지않게 통신산업에 대한 이해가 밝은 데다 KT의 사업내용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는 것이 현 경쟁구도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T-SK-LG 그룹 간 대결 구도 가속화

LG계열 통신 3사의 합병은 통신업계에 다시 한번 유 · 무선 통신사 간 합병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KT는 지난 6월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 · 무선 융합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합병 후 비용감축과 통합 마케팅 등 시너지 효과가 점차 나타나면서 2분기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 증가하는 실적을 냈다.

KT에 이어 LG 통신 3사까지 합치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 · 무선을 넘나드는 통신 융 · 복합 서비스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