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R&D(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GM대우는 전체 2000여명의 연구개발직 가운데 차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완성차 업계에서 핵심 조직인 R&D 인력에 대해서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GM대우가 단계적으로 R&D 기능을 축소,모기업인 미국 GM의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GM대우는 지난해 라세티 프리미어,올 들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각각 출시하는 데 그치는 등 최근 수년간 신차 개발이 극히 부진한 상태였다.

마이클 그리말디 전 사장 등 GM대우 경영진은 그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수차례 밝혀온 터여서 연구개발 부서로까지 인원 감축에 나선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대상이 아닌 일반 R&D 직원들도 하루에 10여명씩 퇴직서를 낼 정도"라며 "경쟁업체들이 GM대우의 핵심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R&D직뿐만 아니라 전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GM대우의 연구개발이 GM 본사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희망퇴직 조치는 모기업 방침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해석했다.

GM대우를 포함한 GM의 각 자회사들은 연간 매출액의 일정액을 R&D 비용으로 송금하고,GM은 각사 비중에 따라 실제 R&D 지원액을 결정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GM대우가 지난 1~2년처럼 신차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할 경우 R&D 비용을 부담하고도 제대로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GM은 운영자금 7500억원,수출보증 4000억원 외에 신차 개발비용으로 7500억원을 산업은행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GM대우가 차량의 주요 부품을 중국 등 현지로 수출하면 GM의 다른 계열사들이 이를 조립해 판매하는 KD(반조립제품) 수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GM대우가 글로벌 GM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중 GM대우의 KD 수출량은 총 57만1678대로,작년 같은 기간(72만2468대)보다 20% 안팎 감소했다. 이 팀장은 "GM이 중국 인도 등 반제품을 수입해 조립해온 해외 공장을 100% 현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 쯤 GM대우의 KD 수출이 작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GM대우가 작년 말 기준 2조7000억원가량의 선물환 손실을 입은 후 산업은행 용역을 받아 이에 대한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은은 GM대우 지분 27.97%를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박동휘/이심기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