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맥을 못 추고 있다.

5일 연속 하락에 이어 8일에도 등락을 거듭하며 시원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이틀간에 걸친 반등 시도는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미국 증시를 비롯해 일본, 대만, 홍콩 등 주요 아시아 증시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만 홀로 떨어져 '왕따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도주에 대한 우려

원흉은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주도주들이다.

대형 IT와 자동차주들이 최근 급락하며 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 지수 1700선 돌파를 이끌던 '일등공신'들이 이제는 '하락 주도주'로 전락할 지경이다.

주도주들은 최근 지수 조정 과정에서 20일 최고가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이상까지 빠졌다.

특히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사상최대 분기실적 전망 발표에도 불구하고 5일째 하락중이다. 80만원을 넘던 주가는 10월 들어 11%나 빠지며 이날 장중 71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주도주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4분기 실적 둔화 우려와 환율 하락 리스크 때문이다.

IT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보면 3분기에 고점을 형성하고 4분기부터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화 강세도 해외 경쟁사 대비 가격 메리트를 약화시켜 수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은 저가매수 타이밍"

하지만 최근 주도주들의 급락을 기회로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추세의 핵심은 IT와 자동차, 그리고 금융"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업종은 이익 모멘텀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수익성, 그리고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주도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혜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국내 4분기 실적 둔화 가능성은 3분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사안이고, 4분기 이후 내년부터 경기 회복 본격화에 따른 재상승 구도가 예상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으로 본다면 주도주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환율 우려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의 원·달러 환율의 절상률은 2분기 6.7% 보다 높은 7.5%를 기록했다"며 "3분기에 환율 효과가 더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점은 음미해 볼 사항"이라고 전했다.

과거 원화강세는 세계경제의 회복국면에서 진행된 만큼,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출주들의 실적 개선이 환율의 부정적인 영향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990년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국면에서 IT, 자동차 실적은 빠른 상승국면을 보였다"며 "최근 급락한 수출주에 대해 단기매수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답답한 증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여름 주도주들의 화끈한 진격이 그리워진다. 천덕꾸러기가 된 주도주들이 밉지만, 다시 한번 돌아보면 미처 못 본 매력이 드러날지도 모를 일이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