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묵거나 식사를 할 때면 늘 궁금한 게 있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은 어디 있고,빨래는 어디서 해올까. 룸 서비스를 나르는 웨이터들은 어디로 다니는 걸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 건 건축가가 호텔을 설계할 때 고객과 직원의 동선을 분리시키고 서비스 공간과 작업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능에 따라 공간을 구분한 대표적 건축가는 20세기 후반에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세계를 구축한 루이스 칸(1901~1974년)이다. 그는 건축설계에 '주인공간'과 '하인공간'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공간을 분리시켰다.

주인공간은 거실,침실,사무공간,전시공간처럼 그 건축물의 주요 기능이 이뤄지는 곳이고 하인공간은 계단실,엘리베이터,화장실,창고,다용도실처럼 보조적인 기능이 들어가는 공간이다. 이 같은 공간의 분리를 통해 칸은 각종 설비 및 공조의 효율성을 높인 것은 물론 공간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현대건축의 흐름》은 20세기 전반의 건축을 주도한 근대건축의 4대 거장(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르 코르뷔지에,미스 반 데어 로에,알바 알토)에 이어 20세기 후반 이후 지금까지 현대 건축의 주요 흐름을 짚고 설명한다. 칸을 비롯해 리처드 마이어와 피터 아이젠만,다다오 안도,도도 이토,렘 쿨하스와 헤르조그,드 뮤론 등 대표적인 건축가와 이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했다.

저자는 단순히 건축물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가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의미,건축물의 숨은 매력까지 풍부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설명한다.

건축사의 흐름을 되짚으며 미래의 건축도 전망한다. 그는 "19세기 말에 과학과 결별했던 건축이 이제 다시 과학과 재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친환경 건축이 대두된 탓이다. 건축은 더 이상 무기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와 순환체계를 가진 원시적 생명체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20세기 초 근대 건축의 대가들을 능가하는 대가들이 지금부터 20년 안에 출현할 것"이라며 "그 대가는 분명 새로운 친환경 건축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사람일 것이며 친환경 건축은 점차 더 복잡하고 새로운 기술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