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도료의 용기를 대형화해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신개념 도장시스템(IBC:Intermediate Bulkcontainer System)이 국내 조선업계에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선박용도료 생산기업인 츄고쿠삼화페인트(대표 시마다 가쓰스케)는 최근 일본 조선업계에서 사용 중인 1000ℓ짜리 용기를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도장시스템을 국내에 기술 도입,시범 적용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국내 처음으로 모 조선사와 이 시스템의 시범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이 시스템은 현재 쓰이고 있는 18ℓ짜리 페인트 용기 대신 1000ℓ(18ℓ 66개 분량)를 담을 수 있는 대용량 용기를 활용해 도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페인트원료,경화제(건조를 도와주는 물질),시너 등을 담는 각각 3개의 1000ℓ짜리 대형 탱크를 연결한 뒤 도료자동계량혼합장비(대당 약 3억원)에서 자동으로 배합시켜 선박 내 · 외부에 칠하는 작업공정을 밟게 된다.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원하는 만큼의 배합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페인트는 적절한 비율로 혼합되어야만 제품 성능이 확보되고 도장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약 10년 전 독일,미국의 도료장비 제조업체 주관으로 도료자동계량혼합장비 적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을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력을 요구하는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츄고쿠삼화는 부산 김해공장에 30억원을 투자해 1000ℓ에 페인트를 담는 시설 및 회수된 용기의 세척 등 일관공정 시스템을 설치 중이다. 이 시스템은 18ℓ 용기를 사용할 경우 버려지는 폐기물인 빈캔 처리비용과 용기에 남겨지는 페인트를 줄일 수 있다. 또 현재의 페인트 배합은 조선소 내 특정 장소에서만 이뤄지고 있지만 이 시스템은 트럭에 실려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한 데다 작업 공정시간도 대폭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통상 18ℓ짜리 캔의 경우 약 1.5ℓ(8%)의 페인트가 버려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연간 1000만ℓ 이상의 페인트를 사용하고 있는 조선소는 80만ℓ를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작업 준비시간도 기존의 18ℓ짜리를 일일이 혼합해서 사용할 경우 2시간 정도 걸렸으나 IBC를 활용하면 1시간으로 단축된다.

실제로 연간 1240만ℓ의 페인트를 사용하는 일본 모 조선사의 경우 IBC로 99만ℓ를 덜 써 약 100억원을 절감했다. 또 18ℓ짜리 빈캔과 작업용 장갑 등 각종 폐기물 1200t을 아껴 연간 2억5000만원의 처리비용을 절약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국내 모 조선소에 1000ℓ 용기 3개와 자동계량혼합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오는 11월부터 연말까지 실효성을 조사한 후 내년부터 본격 적용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조선소의 환경에 적합하도록 맞춤 형태로 설치된다. 츄고쿠삼화의 일본 측 파트너인 츄고쿠마린페인트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이 장비를 개발,적용하고 있으며 일본에 있는 조선소 중 90% 이상에 공급하고 있다. 츄고쿠삼화는 오는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 조선해양대제전에 신개념 도장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 가뭄 등으로 국내 조선소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원가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츄고쿠삼화는 일본 선박용도료기업인 츄고쿠마린페인트와 삼화페인트공업이 각각 59.4%,24.7%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