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기득권만 지키려다 보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캐시카우를 버려서라도 변화의 흐름을 선도해야 한다. "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조찬강연(한국경제신문 · 인간개발연구원 공동 주최)에서 "미래 트렌드는 정보기술(IT)이 중심이 되는 컨버전스(융합)"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회장은 "KT는 캐시카우인 유선전화 가입자가 한 달에 10만명 이상 빠져나가고 5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과감히 인터넷전화를 도입했다"며 "내부 저항이 컸지만 KT는 변화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음주 선보일 가정 내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도 마찬가지.

휴대폰 하나로 이동통신은 물론 집이나 회사 등 무선랜(와이파이) 지역에서는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서비스로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11월에는 'WCDMA+와이브로+와이파이' 등 3W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무선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FMC는 KT에는 무서운 도박"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변화 흐름에 앞서 가려면 고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IT가 이종 산업과 융합하면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통신시장 경쟁도 개별회사가 아닌 그룹 간 대결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회사가 애플이나 구글은 물론 삼성 LG 등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이 취임 후 자동차,은행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적극 추진한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다. KT는 한발 나아가 금융과 통신의 융합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BC카드 지분 인수를 통한 카드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합병 후 비용을 줄여 이익은 늘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카드사업 외에도 다른 업종에 적극 진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