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9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임투세액공제는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설비투자 금액 중 일부를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정부는 이 제도가 기업에 대한 단순한 보조금 성격으로 변질됐고,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기업의 세부담이 많이 줄었기때문에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 시점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임투세액공제는 단순한 보조금 성격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투자에 영향을 주는 제도다. 최근 한 연구결과를 보면,투자세액공제율을 1%포인트 인하하면 다음해 설비투자가 0.3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10%의 공제율을 없애면 결과적으로 다음해 설비투자는 약 3.5% 감소하게 된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5% 감소했는데,이 제도가 없었다면 투자감소율이 20%를 훌쩍 넘었을 것이란 얘기다.

더구나 현시점에서의 임투세액공제 폐지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임투세액공제제도는 1982년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8년 중 20년간 운영돼 왔으며,2001년부터는 중단 없이 시행돼왔다. 사실상 상시적으로 운영돼 온 것이다. 특히 올 들어 기업투자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공제율을 높였고,공제대상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 왔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정책기조를 바꿔 제도를 폐지한다면 계획된 투자를 축소,지연하는 기업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갑작스런 정책변화는 임투세액공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향후 제도가 부활해도 얼마나 유지될지를 모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는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해도 될 만큼 투자 활성화와 경제회복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재정확대와 고환율 효과에 따른 일부 지표의 회복 외 대부분의 실물부문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환율하락,유가급등 등이 현실화될 경우 더블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경제의 회복을 이끌 부문은 기업투자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투자를 주도하는 대기업 투자는 지난해보다 5.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임투세액공제제도 대상기업의 97.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투자는 이보다 큰 40.7%의 감소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투세액공제가 폐지된다면 소비,수출 등 실물부문이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으로 우리경제의 본격적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투자를 살리기 위한 임투세액공제제도를 투자가 급감하는 시기에 폐지하는 것은 난센스다.

정부가 밝힌 것과 같이 법인세율 인하가 이 제도를 폐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인세율을 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수준으로 조정해 명목세율은 낮아졌으나,비과세 · 감면이 많은 홍콩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기업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실질세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금공제나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인 최저한세를 높임으로써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반감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투세액공제 제도마저 폐지되면 우리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투자가 위축되고,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투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것 같다. 현시점에서는 임투세액공제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투자 소비 수출 등 실물지표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기회복이 가시화된 후에 공제율이나 공제범위 등의 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병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