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들의 자본확충이 잇따르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자본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미리 자기자본비율을 높여두기 위해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지난달 말 미국 피츠버그 회의에서 금융사 자본확충에 대한 국제기준을 내년까지 제정하고 금융사들이 강화된 바젤Ⅱ(신자기자본협약)를 2011년까지 채택토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금융사들은 이와 함께 구제금융 조기 상환이나 사업 확장 등을 겨냥해서도 앞다퉈 증자나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미국 · 유럽 · 일본 은행 자본확충 잇따라

영국의 로이즈뱅킹그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150억파운드(24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7일 발표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올초 HSBC가 단행한 125억파운드의 증자를 능가하는 영국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로이즈는 보험 부문인 스카티시위도우도 매각하기로 했다. 로이즈의 이번 증자는 금융위기 때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을 미리 갚아 정부의 경영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영국 정부는 현재 로이즈의 지분 43.5%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도 전날 구제금융 상환을 위해 48억유로(71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키로 했다고 밝혔다. BNP파리바 역시 10월 말까지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을 갚기 위해 43억유로(63억달러)의 자본확충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40억유로(59억달러)의 자본조달 계획을 내놨다. 노르웨이 최대 은행인 디엔비 노르(DnB NOR)도 지난달 24억달러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JP모건은 유럽 은행들이 앞으로 강화될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소 핵심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키려면 약 780억달러의 자본을 추가 확충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금융사들도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판정받은 10개 대형 금융사들이 이미 자본을 확충했거나 추가 확충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던 대형 은행 중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모건스탠리 등 상당수가 조기 상환에 성공했다.

일본에선 최대 증권그룹인 노무라홀딩스가 신주 발행을 통해 총 4328억엔(49억달러)을 조달하기로 했다. 노무라는 지난 3월에도 2800억엔(32억달러)의 증자를 실시했다. 노무라가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선 것은 금융사에 대한 자본규제가 강화될 경우 리스크가 큰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자본확충이 불가피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미쓰비시UFJ은행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일본 3대 은행도 증자를 검토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일본 유럽의 감독당국이 은행의 최저 자기자본비율을 현재의 8%에서 12% 안팎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최근 정부가 IPO 재개를 허용하면서 증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 상하이푸둥발전은행은 180억위안 규모의 증자안에 대해 허가받았고 초상은행과 민생은행 등도 증자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정부는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내년 말까지 대폭 높이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은행들의 경우 올해 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10%로,내년말에는 12%로 상향토록 했다.

◆산탄데르,세계 최대 규모 IPO 성공

시가총액 기준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최대 은행인 스페인의 산탄데르는 브라질 증시를 통해 올 들어 세계 최대 규모 IPO를 실시했다. 산탄데르의 브라질 자회사인 산탄데르 브라질은 7일 5억2500만주의 신주를 주당 23.5헤알(약 13.4달러)에 매각해 70억달러를 유치했다. 초과배정(주간사가 추가로 공모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옵션) 7500만주를 추가 매각할 경우 총 80억5000만달러를 조달하게 된다. 산탄데르의 IPO 규모는 브라질 증시 사상 최대일 뿐 아니라 초과배정분까지 매각할 경우 지난 7월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건축공정총공사의 IPO 규모(73억달러)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베이징=조주현 특파원 iklee@hankyung.com

◆바젤Ⅱ=국제결제은행(BIS) 바젤위원회가 제정한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국제 기준.금융사가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기존 '바젤Ⅰ'협약을 보완해 만들었다. 바젤Ⅰ에 비해 리스크를 세분화하고 자기자본 기준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