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턴어라운드] 동유럽 '기지개'…폴란드 등 플러스성장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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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부채 등 불씨 남아
"폴란드 국민들은 밥은 굶어도 화장품은 산다. "
KOTRA 바르샤바무역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본사에 보낸 동향보고서 제목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폴란드 화장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 보고서는 폴란드 소비시장 전반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폴란드,EU 내 최고 성장률
폴란드는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지난해 2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과 달리 지난해 3분기까지도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0.3%)와 2분기(0.5%)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뿐이다.
유럽위원회는 지난달 유럽연합(EU) 경제에 대한 수정 전망을 발표하면서 폴란드의 올해 경제성장 예상치를 종전의 -1.4%에서 1.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EU 내 가장 높은 성장률 전망치다.
폴란드가 다른 국가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낮다는 점이 꼽힌다. 헝가리 체코 등 이웃국가들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이 60~70%인 데 비해 폴란드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서유럽 소비 침체에 따른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는 분석이다. 개인소득세율 인하를 비롯한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유로 2012 개최를 위한 건설 투자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도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난 모습이다. 체코는 지난 2분기에 전기 대비 0.1% 성장해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을 끝냈다. 지난 1분기 전기 대비 -11.0%의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슬로바키아는 2분기에는 2.2%의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숨을 돌렸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슬로베니아도 지난 2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라트비아,국채 발행 실패로 다시 위기설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유럽 전체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트해 연안 3개국의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2분기에 전기 대비 -9.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분기 -10.2%보다는 나은 성적이지만 침체의 폭이 워낙 크다. 라트비아는 2분기 -0.8%의 성장률을 보여 플러스 성장에 근접했지만 최근 800만라트(166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실패,재정 및 외화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포린트화 가치 급락과 함께 동유럽 연쇄 부도설의 진원지가 됐던 헝가리도 아직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와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헝가리의 경제성장률을 -7%로 전망하고 있다. 헝가리는 지난 2분기까지 4분기 연속으로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대외부채,재정적자 여전
전문가들은 동유럽 국가들이 안정적인 경제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외부채에 의존한 취약한 경제구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서유럽 은행의 자금 회수에 따른 국가 부도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비슷한 문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등 3개국은 대외채무 규모가 GDP보다도 크다.
대외채무가 많은 데다 재정적자 규모도 커서 동유럽 국가들은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동유럽은 2%대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지만 대외채무와 재정적자로 인한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며 "주요 수출 시장인 서유럽의 소비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상수지마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