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의 '태풍 제로'는 기록될 수 있을까. 올 들어 9일 현재까지 한반도에 도달한 태풍이 한 개도 없어 무(無)태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무태풍의 해가 될 공산이 큰 상태다. 이유는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 늦가을이나 겨울철엔 해수면 온도가 떨어진다. 수면 온도가 낮아지면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적어진다.

대륙성 고기압의 확장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태풍이 올라오기 위해선 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해야 태풍을 한반도로 밀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남쪽으로 뻗어 태풍을 막아서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초대형 태풍인 멜로르가 일본 본토에 상륙한 것도 확장한 대륙성 고기압과 제트기류를 타고 내려온 상층의 한기 때문에 북상하지 못한 채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상으로도 태풍 가능성은 줄어든다. 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 동안 10월에는 연평균 3.9개의 태풍이 바다에서 발생했지만 이 중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0.1개에 불과했다. 11월에는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친 태풍은 한 건도 없다.

우리나라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해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1920,1947,1988년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올해 남은 기간에 한반도가 태풍의 심술을 피한다면 역대 네 번째이자 21년 만에 태풍 안전지대가 되는 셈이다.

태풍센터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강해 태풍이 발생하더라도 한반도로 북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