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이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우리 경제에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출구전략이란 위기를 막기위해 쏟아부었던 돈을 다시 거둬들이고 내렸던 금리를 다시 올리는 것을 말한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5.1% 성장(전기대비)으로 곤두박질쳤으나 올 들어 1분기 0.1%의 플러스성장에 이어 2분기엔 성장률이 2.6%에 이르렀다. 미국처럼 전기대비 연율 기준으로 치면 10%가 넘는 성장률이다. 중국 등을 제외하곤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 8월 이스라엘,최근 호주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하자 다음 타자로 한국이 우선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시장의 회복 속도 역시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 이미 리먼 사태 직전의 수준(1477)을 넘어섰으며 지난달엔 1700선을 웃돌기도 했다. 외환보유액은 2000억달러 붕괴 직전에서 최근 250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에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한은은 은행 등 금융회사에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방식으로 지원했던 17조원을 대부분 회수했다. 한은과 정부는 원화 외 달러도 거둬들이고 있다. 외환보유액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자금에서 지원했던 자금이 한때 266억달러에 이르렀으나 지난 3월부터 환수해 이제 잔액이 30억달러에 그친다. 이마저도 조만간 전액 환수할 것이란 게 한은과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올해 감세와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해 50조원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썼으나 이제 서서히 경기부양 규모를 줄이고 있다. 당장 내년 예산을 줄였다.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규모는 291조8000억원으로 올해 추경예산까지 합친 총예산 301조8000억원에 비해 10조원을 감축했다. 내년부터는 기업체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없애고 고소득층에 대한 각종 비과세특례조치를 폐지함으로써 세수를 7조원 정도 늘리기로 했다. 은행이 외화차입할 때 지급보증을 서 주는 것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100% 보증 등도 정상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런 조치들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행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확장적 재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경기부양에서 경기중립으로 정책을 바꾸는 시점은 2013~2014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특히 "현재로선 출구전략을 쓰기에 시기상조이며 자칫 잘못 썼다간 경기가 재차 하강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내년 11월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를 성사시킨 이명박 대통령 역시 "출구전략은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흐름이 내년 하반기께 확실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이에따라 주요국 출구전략이 내년 하반기께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다.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사실상 출구전략의 핵심이다. 한은은 지난 6월부터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이유로 조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지난 9일엔 방침을 바꿨다. 이성태 총재는 "선진국 경기,원자재 시장 동향 등과 함께 4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불안양상이 심해지고 우리 경제의 회복속도가 빨라져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면 내년 1분기께 한은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부동산시장이 진정되고 회복 강도가 낮다면 금리인상은 2분기 이후에 논의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