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빅3' 사장들이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첫 수출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에,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유전개발 '대박'이 예상되는 이라크에,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천연가스 자원 도입을 위해 러시아에 각각 '올인'하고 있다.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들은 모두 취임 1년이 지나 임기 중반부로 접어든 만큼 제대로 실적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김쌍수 사장의 행보가 가장 숨가쁘다. 김 사장은 국정감사(12일)를 앞둔 지난주 2박3일간 UAE를 비밀리에 다녀왔다. UAE는 정부와 한전이 첫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 이번 방문에서 김 사장은 UAE 측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입찰 전략을 최종 점검했다.

UAE는 2019년까지 수도인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총 5000㎿급 원전을 세우기로 하고,연내 4기에 대한 입찰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만 100억달러를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내세운 한국컨소시엄과 아레바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컨소시엄,제너럴 일렉트릭과 히타치로 구성된 미 · 일컨소시엄이 경합하고 있다.

강원영 사장은 다음 달 이라크 쿠르드를 세 번째 방문한다. 지난 1일 시추에 들어간 바지안광구의 작업상황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석유공사가 확보한 바지안광구는 탐사자원량(시추로 확인되지 않은 석유자원량)이 12억5300만배럴에 이른다. 탐사자원량이 모두 발견될 경우 한국이 1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12월 중순이면 매장량을 알 수 있게 된다. 강 사장은 이번 방문에서 바지안광구 외에 쿠르드 지역에서 확보한 싱가우 사우스,구시타파광구 등에서 내년 상반기 이뤄질 시추준비 상황도 점검키로 했다. 니체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총리와 아시티 하우라마 천연자원부 장관 등도 만날 계획이다.

지난달 22~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초청으로 세계 11개 메이저 에너지기업 CEO들과 함께 북극해 인근 시베리아의 야말반도 가스전을 둘러본 주강수 사장은 이달 중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예정이다. 사할린~하바로브스크~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가스관의 일부 구간 공사를 맡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현대자원개발 사장을 지내면서 러시아에서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은 주 사장은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단순히 도입하는 데서 벗어나 현지 LNG플랜트 사업과 가스관 건설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주 사장은 "공기업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해외에서 사업기회를 만들어 해당 분야에 장점이 있는 국내 기업과 연결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