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분간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연말까지 발행을 대폭 축소(縮小)하거나 중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외환당국이 은행과 공기업의 해외 외화 차입을 사실상 제한키로 한 데 이어 나온 조치로 최근 달러 과잉공급에 따른 환율하락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올 봄만 해도 달러부족 해소를 위해 정부가 은행과 공기업의 해외 차입을 적극 권장했던 것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갖게 하는 소식이다.

외환부족 우려를 떨쳐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2015억달러까지 감소했으나 9월 말에는 2542억5000만달러로 1년 3개월 만에 다시 2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외화 유동성 개선은 분명히 반길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외자 유입은 환율 하락뿐 아니라 단기외채 증가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만기 1년 미만 단기 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39.6%에서 지난 6월 말 38.7%로 약간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은행권의 단기 외채 비율은 63%나 된다고 한다. 따라서 당국은 환율 방어도 중요하지만 외환부족 우려가 일단락된 만큼 차제에 단기외채 관리를 포함, 또 다시 외환시장이 외부 충격으로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마침 정부가 외환건전성 제고를 위한 감독 강화를 비롯, 외환제도 개선안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외화유동성 비율과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기준을 신설하고 외채 중 중장기 재원의 조달 비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외환당국은 또 국내 외환시장이 환투기 세력의 놀이터처럼 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외환시장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투기세력을 적발하는 데도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은행이나 기업들 역시 외환 사정이 호전된 것을 기화로 불요불급한 외화채무를 줄이는 등 채무조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