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 · 중 · 일 정상들이 10일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2003년 11월 시작된 한 · 일 FTA 협상은 6차례 진행된 끝에 2004년12월 중단된 상태다. 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로는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가 꼽힌다. 일본은 당시 여당이었던 자민당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농민 단체의 압력 때문에 농산품 개방 규모가 미미한 협상안만 제시해왔다. 한 · 일 FTA가 체결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 교역에서 큰 타격을 감내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는 협상이었다.

이날 정상회의를 마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한 · 중 · 일 FTA 진전을 기대하면서 "내년 이른 시기에 3개국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싶다"고 밝혀 태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 내부적으로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등 농민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FTA 체결이 속도를 내긴 힘들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토야마 총리가 '내년 이른 시기에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3개국 간 투자협정을 먼저 체결하되,FTA 협상은 그 이후 시간을 갖고 농민들을 설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과의 FTA 협상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2007년 3월 시작한 한 · 중 FTA 산 · 관 · 학 공동연구를 작년까지 계속해왔지만 아직까지 큰 진척이 없다. 농산품 등 한국이 전면 개방하기에 부담스러운 품목이 적지 않은 데다 비관세 장벽,투자 보장,지식재산권 보호강화 등 한국 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문제에 대한 중국 입장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태호 외교통상부 FTA 정책국장은 "한 · 중, 한 · 일 FTA는 정치 · 경제적 특수성 때문에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각국 정상들이 힘을 실어준 만큼 좀더 적극적인 협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