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기업인 국감'으로 논란을 빚어온 국회 정무위원회가 기업인 증인채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사장이나 은행장 대신에 부사장이나 부행장을 우선 출석시키기로 하는 등 무분별한 기업인 증인채택을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11일 "정치공세를 줄이고 실질적인 감사가 되도록 기업 관련 증인을 최소화하기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끼리 협의했다"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최고경영자(CEO) 대신 부사장이나 부행장급을 택해 기업의 업무 차질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정무위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60여명의 증인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70여명의 증인 중 41명이 현직 기업인이었던 것에 비해 기업인 출석이 크게 줄었다. 그마저 대부분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특히 임원급 증인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홍대희 전 부행장 등 두 명으로 압축했다.

해마다 '단골손님'으로 불려나왔던 카드사 증인도 회장에서 부사장급으로 낮췄다. 엔화대출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씨티은행 증인도 부행장급 이하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금융위 ·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정무위는 유동성 위기와 키코(KIKO) 문제를 놓고 5개 시중은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덤핑판매와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음료업계,정유업계,백화점업계의 대표들도 줄줄이 불러냈다. 하지만 막상 국감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증언을 듣지 못해 '기업인 군기잡기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개별 의원실에서 증인 채택 요구가 많았지만 정책국감을 표방한 간사들의 리더십이 많이 작용했다"며 "기업인을 불러놓고 정치공세만 벌이는 데 대해 여론의 질책이 컸던 것도 변화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유미/김형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