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추방민 문제 거론에 불쾌감.."탄핵 가능성"

독일은 11일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이 독일인들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이유로 유럽연합(EU)의 '미니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의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의 자매정당인 기사당(CSU) 소속인 크리스티안 슈미트 하원 국방위원장은 독일 dp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유럽인권조약이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리스본 조약 비준과 관련해 독일 추방민 문제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슈미트 위원장은 "리스본 조약에 관한 협의는 모두 종결됐다"면서 "게임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요구를 하는 것은 조약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유로 서명을 미루고 있는 클라우스 대통령은 지난 9일 리스본 조약의 기본권 헌장에서 체코가 2차 세계대전 직후 추방된 약 200만명의 독일인 문제와 관련해 예외를 인정받아야 비준안에 서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조건을 들고 나왔었다.

그는 기본권 헌장이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독일계와 헝가리계 주민들의 재산을 압류하고 이들을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전후 체코슬로바키아의 법령과 상충할 수 있다면서 이들이 기본권 헌장을 근거로 체코 법원이 아닌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재산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익명의 독일 외교관은 이날 영국 신문 더 타임스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리스본 조약의 발효를 지연시키고 있는 클라우스 대통령이 탄핵당하거나 헌법 개정을 통해 비준안에 대한 거부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클라우스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고 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그가 (그 같은 행동에 따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타임스는 그러나 체코 헌법상 대통령은 반역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탄핵이 가능하다면서 얀 피셔 체코 총리가 탄핵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폴란드는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이 전날 리스본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비준 절차를 완료했다.

이로써 27개 EU 회원국 중 비준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나라는 체코만 남게 됐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