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보그는 서있는 자체로 위압감을 준다. 몸집이 워낙 큰 데다 사각형 외형 때문이다. 차량 길이(전장)가 5m에 육박한다. 20인치 대형 휠도 이런 분위기를 내는 데 일조했다. 랜드로버의 최상위급 모델인 이 차의 가격은 1억3600만원.'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승하기 위해 차 문을 여니 차량 하단부에서 발판이 스스륵 빠져 나왔다. 내릴 때 역시 발판을 디딜 수 있어 차고가 높은 대형 SUV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줬다.

실내는 성인 5명이 가장 편한 자세로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다. 운전석 주변에는 각종 조작 버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4-존 공조장치 및 열선 좌석을 장착했다. 뒷좌석 탑승객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온도와 환기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뒷좌석에서는 2개의 독립식 6.5인치 LCD 모니터를 통해 TV나 DVD,MP3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실내 VOD 시스템은 탁월하다. 13개 스피커와 서브우퍼가 달린 하만 카돈 오디오 덕분이다. 블루투스 카폰 시스템도 기본으로 장착했다. 다만 내비게이션이 다소 불편했다. 터치식이 아니라 리모컨 조작 방식이어서다.

8기통 경유엔진의 힘은 놀라웠다. 최고 출력 272마력(4000rpm) 및 최대 토크 65.3㎏ · m(2000rpm)의 괴력을 발휘했다. 낮은 엔진 회전영역에서 최고 동력 성능을 내는 게 장점이다. 무게가 2.7t이 넘는데도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대형 SUV인데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9.2초면 충분했다.

독일 ZF의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는데 '인텔리전트 시프트' 방식을 통해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한 스포츠 모드를 지원해줬다. 상 · 하 추가 변속이 가능한 2단계 트랜스퍼 박스를 별도로 장착해 노면 상황에 따라 총 12단의 기어 선택이 가능하다.

제동거리는 짧은 편이다. 브램보 4피스톤 브레이크를 장착한 덕분이다. 손으로 파킹 버튼을 살짝 당기면 안전하게 언덕길에도 주차할 수 있는데,별도 조작없이 가속페달을 밟으니 곧바로 다시 출발했다. 상시 4륜 구동형이어서 더욱 안정감이 있다.

레인지로버 보그에는 랜드로버의 특허 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이 탑재됐다. 간단한 다이얼 조작으로 5개의 지형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빙판이나 눈길,진흙 등 미끄러지기 쉬운 상황에서도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랜드로버가 오프로드 전용 모델을 생산하지만 레인지로버 보그는 도심이나 고속도로 주행 때도 경쟁 모델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 승차감을 줬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