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와 부품업체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우호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데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A)은 지난 9월 총 3만1511대를 판매,작년 같은 달보다 27.2% 판매량을 늘렸다. 기아차 미국법인(KMA)도 같은 달 총 2만1623대로 1년 만에 판매량을 24.4% 확대했다. 현대 · 기아차는 중국에서도 매달 사상 최고 판매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현대 · 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5%로 작년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현대 · 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우선 독특한 마케팅 덕분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자사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향후 1년간 기름값을 1.49달러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올초에는 워크어웨이란 보험회사와 손잡고 차량 구매 후 12개월 내 실직한 사람에게 차를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납 때 잔여 할부금과 잔존가치(중고차값)의 차액이 7500달러를 넘지 않는 범위까지 보험사가 전액 부담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자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 시선을 끌 수 있는 현명한 마케팅이란 찬사를 보냈다.

현대 · 기아차는 세계 각지의 시장에 맞는 특화 모델을 전격 투입했다. 2007년 10월 인도시장에 출시한 i10은 현대차 인도법인의 판매를 견인하는 주요 모델이다. 인도 내 소형차로는 처음 조수석 에어백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현대차는 작년 4월부터 중국에서 준중형급 웨둥을 출시,작년 한 해 동안 8만5974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 · 기아차는 제네시스 쏘렌토R 등 신차를 해외 시장에 다수 투입하는 한편 신형 쏘나타와 에쿠스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올해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현대차는 작년 72위에서 올해 69위로 3계단 상승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에만 매출 4조5853억원,영업이익 7165억원을 달성하는 등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한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처음으로 19위(작년 27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모비스의 저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단순 조립형 모듈을 공급하는 업체에서 기술력 위주의 기능 통합형 모듈 생산업체로 방향을 튼 데 따른 결과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에어백과 제동장치,변속기,조향장치,전조등 등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크라이슬러그룹에 국내 부품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20억달러어치의 섀시모듈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의 핵심 부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빅5'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