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적 기업의 육성 및 지원으로 연결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도 도우면서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게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생각이다. 파급효과가 크고 지속적이라는 면에서 1회성 자선행사와는 분명 다르다.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이들 기업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도 사회적 기업을 후원하는 기업에 대해 고마워한다.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백병원 912호.간병인 정윤숙씨(54)는 며칠 전 뇌수술을 받아 회복 중인 환자 김모씨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먹이고,씻기고,재우고,화장실 뒤처리까지 하다 보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희망의 미소가 번진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행복했던 때는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정씨의 삶은 평탄했다. 남편과 2남1녀.보통 사람의 삶이었지만 행복했다. 그러던 2003년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들이닥쳤다.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 수억원대의 빚을 대신 지게 된 것.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가정 주부 경력이 전부인 40대 후반의 여성이 찾을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희망의 불씨가 점점 식어가고 있음을 느낀 지난해 말.그녀는 주변에서 '교보다솜이재단'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다솜이재단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일반 간병서비스 업체와는 다른 '사회적 기업'이다. 일자리가 절실한 여성가장을 뽑아 간병인으로 양성해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무료로 간병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일자리도 찾아주고 무료 간병서비스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정씨는 교보다솜이재단에 지난 2월 취직했다. 일터는 상계 백병원. "다솜이재단에서 1년에 40시간 간병인 교육부터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능력 개발 교육까지 받았습니다. 동료들과 교대 근무를 하면서 가정도 돌볼 수 있어 미래를 새롭게 그릴 수 있습니다. "

정씨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보통 간병인들은 24시간 병원에서 살다시피 한다. 다솜이재단은 다르다.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한다. 얼마든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간병인으로 활동하며 공부를 해 간호조무사가 된 직원도 나왔다.

다솜이재단은 2003년 교보생명이 실업극복국민재단과 함께 설립한 교보다솜이간병봉사단이 모태다. 당시 저소득 여성세대주 20명으로 출발한 간병인 수는 지난해 말 284명으로 늘었다. 올해 말에는 350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무료 간병서비스를 받은 환자만 1만4000여명에 달한다.

기업 연계형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모델로 인정받아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정과제회의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되는가 하면,2006년 3월부터는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 1호'로 선정돼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2007년 10월 '재단법인 다솜이재단'으로 전환했다. 앞으로 간병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무료 간병서비스와 함께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유료 간병서비스,간병인 양성 교육센터 운영,요양용품 대여업 등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얻은 수익은 간병서비스 사업에 재투자한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간병인 550명을 거느린 국내 최고의 간병서비스 사회적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다솜이재단'에 매년 17억원의 재정적 지원과 함께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 간병서비스 전문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