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들어 수혜를 입었다고요? 소속 변호사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열정과 도전정신의 결과입니다. "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법무법인 바른의 공동대표인 김동건,강훈 변호사는 바른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한 비결을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바른은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국가인권위 업무권한 조정' 등 청와대 사건과 '박연차 게이트' 등 굵직굵직한 정치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로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몸집 불리기에서도 다른 로펌을 압도한다. 문성우 전 대검 차장과 서범정 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에 이어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까지, 최근 검찰을 떠난 고위직 검사 출신들이 줄줄이 바른에 입성했다.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김 대표를 비롯해 대법원장을 지낸 최종영 고문 변호사 등 판사 출신 변호사진은 웬만한 대형로펌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 출신 변호사진까지 대폭 보강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권영세 홍준표 의원 등 현 정부 실세들도 일찍부터 적을 두고 있다. 1998년 5명 변호사로 출발해 현재 변호사만 112명이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은 4배나 성장했다.

강 대표는 올 들어 청와대 사건 2개를 모두 수임한 것에 대해선 "제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으로 져야 했던 업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청와대의 1년 소송 예산이 2000만원밖에 없는데 다른 로펌은 변호사 선임비용을 비싸게 부른다"면서 "청와대 측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사건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대외 홍보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했지만 특별히 다른 사건 수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신 '파트너 변호사들의 높은 경쟁력'을 바른의 강점으로 꼽았다. 강 대표는 "대부분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대 어소시엣 변호사의 비율이 1 대 4 정도인 데 비해 바른은 1 대 2 수준"이라며 "파트너 변호사들이 시장의 논리에 맞춰 진취적이고 저돌적으로 일하고 수임한 것이 바른의 성장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송무 파트의 경우 변호사 매출이 1인당 9억원으로 전체 로펌 중 3위 안에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판사들은 모시는 부장이 까다로우면 1년만 참으면 되지만 변호사들은 까다로운 고객을 만나도 일생의 고객으로 삼을 생각을 하고 대해야 한다"며 "전관 출신들이 바른에 들어오면 다들 '변호사 정신'으로 새로 무장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 강 대표는 향후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응과 관련,"대형화와 전문화만이 해답"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변호사 수를 150명까지 늘릴 것"이라며 "비변호사 출신의 전문가들도 영입해 전문성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로펌들과의 인수 · 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

강 대표는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 M&A가 쉽지는 않다"며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대해선 아직까지 소극적이다. 김 대표는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이 해외 진출에 신경쓰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