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이라는 말이 이처럼 어울릴 수 있을까. 아시아인 최초로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오른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 · 사진)이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13일 귀국한다. 1년6개월 만의 귀환이다. 지난해 미국으로 떠날 당시만 해도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그는 어디를 가든 VIP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프레지던츠컵(미국-인터내셔널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에 처음 출전했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귀국 직전 최근 심사를 들어보았다.

▼US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두 달가량 지났는데 달라진 점은.

"인터뷰 요청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달라진 점이다. 프레지던츠컵 대표로 뽑혀 톱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광도 뒤따랐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과 라운드하기로 한 약속은 서로 바빠 아직 지키지 못했다. 사인을 한번씩 해주는 데 30~40분이 걸린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이 '더이상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너무 유명해지면 자기네들과 놀아줄 시간이 줄어드니까 그렇단다. "

▼한국에 도착하면 무엇을 먼저 하고 싶은가.

"입에 맞는 음식을 먹고 싶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옆에 있는 아귀찜 잘하는 집에 꼭 가고 싶다. "

▼양 프로를 비롯해 김대섭 강성훈 송보배 등 제주 출신 골퍼들의 기량이 출중하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어려서부터 세찬 바람 속에서 연습하고 플레이를 하다보니 바람부는 날 다른 선수들보다 강한 것 같다. 대회를 하다보면 바람을 피할 수 없지 않은가. 나도 강풍 속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은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

▼연습장에서 볼을 주워가며 느즈막이 골프를 배워 프로가 되고 메이저챔피언에 올랐다. 양 프로를 보고 다른 후배들이 그렇게 한다면 권장하겠는가.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깊이,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성공'만 바라고 골프선수가 되는 것은 말리겠다. 골프를 좋아하고 즐겁게 치며,천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각오가 있으면 덤벼보라고 권장한다. 그렇더라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PGA투어,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이름을 날리는 일은 웬만한 각오나 노력만으론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USPGA챔피언십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은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올 경우 그때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겠는가.

"그때 상황이나 동반플레이어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해야 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망설임없이 과감하게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

▼우즈와 맞대결에서 1승1패를 기록했는데,그처럼 강한 상대와 부딪칠 때 바람직한 자세는?

"USPGA챔피언십 리턴매치격인 오늘 프레지던츠컵 싱글매치에서는 나보다 우즈가 더 잘 쳐 완패했다. 역시 '황제'다웠다. 나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상대를 의식하고,그를 제압하려는 순간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골프에서 '갑작스런 힘'은 욕심이 들어갔다는 얘기다. 욕심내서 잘 되는 것을 보았는가. 내 경기에만 몰두하면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다. 또 '경기는 연습처럼 하라'는 말도 좋다. 연습할 때처럼 하면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

▼아직 부족한 것이 있을 법하다. 어떤 부분을 보완할 생각인가.

"1회성 메이저 챔피언이 아니라 롱런하는 선수로 활약하고 싶다. 앞으로 5년은 시드 걱정없이 뛸 수 있으므로 멀리 보고 체력을 보강하는 데 힘쓰겠다. 연간 25~30개 대회에 나가려면 강한 체력이 필수적이다. 쇼트게임이나 테크닉샷 등은 대회를 통해 습득해가면 된다. "

▼2010년 및 그 이후 목표는.

"미국PGA투어에서 2승을 올렸는데 승수를 추가하는 것이다. 메이저대회 추가 우승도 노릴 것이다. 아시아 선수에게 가능성이 있는 메이저대회는 러프가 상대적으로 깊지 않은 마스터스다. "

▼주말 골퍼들이 양 프로를 따라하고 있다. 그들이 스코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어드바이스를 해준다면.

"볼을 세게 치려하지 말고,'스윙으로 치라'고 조언하고 싶다. 클럽이 원을 그리면서 볼을 지나가게끔 휘둘러주면 원심력에 의해 볼은 멀리,똑바로 날아간다. 멀리 보내기 위해 힘을 주면 오히려 클럽헤드 스피드가 줄어들어 거리가 덜 난다. 힘 대신,스윙으로 친다고 생각해야 스피드가 더 나는 것이 골프의 원리다. 자동차에서 1단 기어를 놓으면 빨리 달릴 수 없지만,5단 기어를 놓으면 빨리 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힘이 들어가면 1단 기어를 넣은 것과 같아 헤드스피드를 낼 수 없다. "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